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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파장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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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미숙 Oct 27. 2023

파장_2

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단편소설 발표지원 선정작

현관 입구부터 짙게 깔린 적막을 깨트리며 다급하게 엄마를 연달아 불렀다.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거실 불을 켰다. 엄마는 거실 중앙에 벌거벗은 몸으로 반듯이 누운 채 시선은 천장을 향해 있었다. 근처에는 젖은 속옷과 파란 플라스틱 통이 흩어져 있었다. 엄마는 갑자기 밝아진 실내에 적응하느라 눈을 잠시 감았다가 떴다. 


“엄마 괜찮아?”

“어떻게 알고 왔어?”

“지금 그게 중요해. 무슨 일이야.”

“야야, 조용히 하고 방에 가서 내 옷 좀 가져와라.”


내가 무슨 일이냐고 재차 물었지만, 대답 대신 옷만 얼른 입혀 달라고 했다. 나는 안방에서 속옷과 원피스를 가져왔다. 상체를 일으키려고 하자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엄마를 그대로 눕힌 상태에서 겨우 옷을 입혔다. 엄마는 허리부터 다리까지 움직이지 못했다. 이마는 탁구공 크기의 시퍼런 멍이 들었고 혼자 움직이려고 얼마나 사투를 벌였는지 등, 다리, 팔 여기저기가 거실 바닥에 쓸려 벌겋게 부어 있었다. 엄마의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했다. 나는 119에 전화를 걸었다. 응급차 안에서 엄마는 네가 와서 얼마나 다행이냐며 내 손을 꽉 잡았다. 


응급실에서 밤을 보냈다. 오전에 진료를 마친 의사는 골반 골절이라며 CT 사진을 보여줬다. 다행히 수술할 정도는 아니지만 뼈가 붙을 때까지 꽤 긴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허리와 무릎관절이 좋지 않았던 엄마였기에 더더욱 문제가 됐다. 입원 절차를 마치고 바로 병실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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