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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파장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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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미숙 Oct 27. 2023

파장_5

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단편소설 발표지원 선정작

엄마는 자기가 다친 것을 다른 사람에게 비밀로 하려고 했다. 병실에 누워있는 자기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하지만 아파트에서 자신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병문안 오는 것을 억지로 막을 수 없었다. 오래된 아파트에서의 비밀이란, 소문 당사자들만 비밀인 걸로 알고 있듯이 이미 아파트에 소문이 쫙 퍼져 있었다. 처음 며칠간은 사람들의 병문안이 줄을 이었다. 


“701호, 이게 무슨 일이야, 세상에.”


병문안 오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공통적으로 황당함, 안쓰러움, 동정이 고루 섞여 있었다. 병실에 음료수가 가득 쌓였다. 때론 반찬이 담긴 통을 보자기에 싸서 가져오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 이쁜이는 잘 있나….”

“이쁜이? 뭐야 나 말고 또 딸 있어?”

“얼마 전에 508호에서 얻어 왔지.”

“뭔데?”

“다육식물이라는데, 웃자라서 안 이쁘다고 글쎄 뿌리째 뽑아서 줄기를 뚝뚝 자르더라. 그러고는 자른 줄기를 화분에 그냥 심는 거야. 그렇게 해도 다시 새 뿌리가 나와서 잘 자란다고.”

“조금 못나게 자라면 어때서 뚝뚝 자르냐. 사람들은 참 이기적이야.” 

“너도 알다시피 내가 화초는 잘 못 키우는데, 어디서든 뿌리내리고 잘 산다고 해서 얻어 왔지.”

“그래서 죽지 않고 살았어?”

“응. 가끔 들여다보고 있으면 저게 뿌리를 잘 내리고 있는지 궁금해서 살짝 뽑아 보고 싶더라.” 


엄마는 생각난 김에 집에 가서 잘 크고 있는지 보고 오라고 했지만, 나는 가지 않았다. 


병원에서의 시간은 고여 있는 물과 같았다. 벗어나지 못하면 이대로 모든 게 탁해질 것 같은 일상. 벗어나기 위해 억지로 밥을 먹고 잠을 잤다. 

식사 때마다 누워 있는 엄마에게 수저로 밥과 반찬을 떠먹였다. 움직이지 못한 엄마는 식사를 거부하거나 소량만 먹었다. 먹지 않으려는 엄마를 설득해서 조금씩이라도 먹게 하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엄마가 약을 먹으면 그제야 잠깐이라도 자유로웠다. 엄마가 용변을 보게 되면 그마저도 없었다. 숨을 참고 물티슈로 주변을 꼼꼼히 닦았다. 벗겨 낸 기저귀와 물티슈를 비닐에 넣은 뒤, 그것을 휴지통에 넣고서야 참았던 숨을 뱉었다. 병실에는 대소변 냄새, 음식물 냄새, 소독약 냄새 등이 뒤섞여 숨 쉬기가 두려웠다. 몸 어디에서나 기저귀를 갈 때마다 맡아지는 냄새가 오래도록 머물렀다. 


엄마는 이제껏 자신조차 자세히 보지 못한 그곳을 누군가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 얼굴에는 부끄러움을, 다리에는 거부감을 동시에 표현했다. 기저귀를 갈 때 엄마는 눈을 질끈 감았다. 두 다리를 움츠렸다. 나는 나대로 그게 불편해서 엄마에게 가만히 좀 있어 보라며 얕은 짜증을 내곤 했다. 내가 조금이라도 아픈 곳을 건드리면, 몸을 움찔하면서도 고통을 감추려고 입을 앙다물었다. 어설픈 손놀림으로 하는 나도, 참고 있는 엄마도 힘든 시간이었다. 며칠이 지나자 엄마는 자신이 누워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 뒤로는 나에게 몸을 온전히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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