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모의 육아 에세이
날씨기 꾸물꾸물 흐리면
몸과 마음이 찌뿌둥한 건
어른들만의 기분인가보다.
생애 처음,
혼자 우산을 들고
빗길을 걸어온 아이는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이었다.
할머니가 사주신 우비세트를 본 날부터
비가 오기를 기다렸던 아이는
신이나서 우산을 들고
아파트 화단을 따라 행진했다.
우산대를 꼭 잡은 두 손이
바람이 부는데도 신나게 웃으며 걷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보여서
엄마도 덩달아 행복한 순간이었다.
비에 흩날려 벚꽃잎이 떨어지자
아이가 말했다.
- 엄마 눈이 내려요. 눈사람 만들자!
비에 젖은 라일락이 진한 향을 풍기자
가까이 다가가 코를 킁킁 대어보는 모습까지
너무 이쁜 너.
이토록 사랑스러운 너.
전에 너무 당연했던 순간,
그냥 여느 날과 똑같던 그 날들이
아이랑 시선을 나란히 하면서부터
새로워지고
아름다워지고
고마워지는 순간들이 되었다.
그래서,
더더욱
엄마는 나이 서른 다섯을 훌쩍 넘기고
세상을 다시 살아가는 기분이야.
아이가 자라가면서
처음 만나는 모든 순간들 옆에
항상 내가 같이 기뻐할 수 있기를 바라는 오늘,
비가 오는 날인데도
이렇게 화창한 기분은
사랑스러운 네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