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냄새

신생모의 육아 에세이

by 아란



1.

갓 태어나 쭈글쭈글 했던 너의 작은 발은
내 손이 스치기도 조심스러웠어

어느 새 자라 기어다니면서
너는 발끝에서부터 야무진 힘을 키워냈다

그 때부터였다
아주 미미하게 너에게도 땀이 생기기 시작한 건

여느 때와 같이
너의 손 발에 입맞추는 어느 밤에
시큼달큼 희미한 땀 냄새가 신기해
한 없이 내 코를 묻었지

그마저도 신기했더랬다
사람 모양새를 갖추느라 애쓴 흔적인가 싶어서

성난 돌풍처럼 온 군데를
헤집고 디디고 뛰어다닌 너의 발은
예전의 그 보드라움 대신
단단한 바닥이 잡혀가고
건강하고 싱그러운 땀내가
그 단단한 바닥을 뚫고 나온다

이제 제법 꼬랑해가는 냄새를
엄마는 오늘도 큼큼거린다
오늘 하루도
너의 15킬로 무게에 눌리고
나름의 작은 피로감에 눌려
생애 처음 짓눌린 아기 고름같은 그 땀방울이 안쓰러워
내가 들이맡아 빼내어
다시 내뱉어 준다
저 멀리 날아가라고

조금이라도 덜
곪기를
조금이라도 더
날아가기를

너는 잠을 잘 때 마다
머리에 가득히 땀을 한 번 쏟아내고
하루의 고단함을 보내며
더 깊은 잠 속으로 들어가지
그 땀을 기다렸다가 닦아주고나서
엄마도 깊은 잠을 뒤따라 간다

너의 아기아기한 피로와 생이
너를 누르는 시간이 너무 힘겹지 않도록
오늘도 잠든 네 발을 주무르고
너의 발바닥에 입맞춘다


2.

네 옆에 나란한
너와 똑같은
그러나 아주 커다란,
뿌연 달빛 아래 창백하게 늘어진
또 다른 발을 본다

삼십년이 넘는 생의 무게와
그동안 지고 온 겹겹한 피로에 눌려
고름같이 쏟아진 땀들이
저 두꺼운 피부 아래 고여있겠지
누구하나 주물러 준 이가 없어
그 고름은 나오지도 못하고
당신에게 독한 피로를 다시 올려보냈겠구나

당신, 오늘 참 고되었겠다

나란한 두 남자의 발을 보고
어둠에 숨고 비누향에 가려진
희미한 발냄새를 맡으며
조금 더 너그러워 지는 밤

애썼다 내 사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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