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처럼 숫자세기

신생모의 육아에세이

by 아란

퇴근하고 지친 몸을 누이기 전,

어느새 아기에서 아이가 된 아들이

오늘의 사랑을 보여주려 애쓴다.


"엄마, 내가 엄마한테 선물을 줄게.

짜잔~ 이게 뭐게?"


하트였다.

어제 나랑 놀면서 색을 칠해놓은 종이를

작게 잘라서 하트를 잔뜩 준비했다.


고맙고 사랑스러워서

피로도 잊은 채 미소가 나왔다.


그리고,

아이는 하트세기 놀이를 원했다.


주르륵 늘어놓는데,

영 구불구불하다.

반듯하게 놓고, 차례를 지키며 세는 나와 달리

아이는 한 줄을 세고

그 다음에는 거꾸로 돌아오며 다시 세었다.


"아니지, 순서가 이렇게 되야지~"

무심코 집고 가는 나를 보며

아이가 손가락을 들어

부드러운 물결을 왔다갔다하며 말한다.


"엄마, 나는 이렇게 음악처럼 세고 싶어요."


아.....


멎었다.

내 생각이.


내가 그토록 쓰고자 했던 시가, 언어가

그건 다 뭐란말인가.


나는 아무런 수고없이

아이가 떨군 말을 줍고있다.

그 보석같은 말을 주울 때마다 생각한다.

저 아이의 입에서 흐르는 첫 말을

날 것 그대로 내가 처음 듣는 순간이 축복이라고.


아이가 점을 가득 찍어 새소리를 그린거라고 했을 때,

알록달록 작대기를 퍼뜨리고

빗소리를 그린거라고 했을 때,

어떤 공감각을 내게 전해줄 때 나는

벅차오르는 심장을 느낀다.


찬란한 다섯 살.

눈부신 다섯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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