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음의 소중함

신생모의 육아 에세이

by 아란


*

아주 별거 없는 날이었다.


모처럼 일찍 퇴근을 할 수 있어서

한걸음에 달려갔다.


엄마랑 클레이를 사와서 놀고 싶다는 말에

곧장 집을 나섰다.


마트에 도착해서 간단히 저녁을 떼우고

아이가 원하는 클레이를 먼저 사기위해

마트 1층의 문구 매장으로 갔다.


살 예정에 없던 클레이틀도 하나 샀다.

어차피 하나 사줄거면서

집에 다른 모양틀이 있잖니- 라고

회유하는 덧붙임도 잊지않았다.


아이는 계산대 앞에 놓인 도장을 하나 더 원했다.

나는 리락쿠마가 맘에 들었지만

아이는 키티를 더 원했다.

그 계산대 앞에서

키티냐 리락쿠마냐 하는

5세와 37세의 실랑이가 잠시 있었고

5세가 이겼다.

원하는 아이템을 모두 얻은 아이는

무척 신이 나 있었다.


우리는 같이 마트에 들어가서

하릴없이 배회하기 시작했다.

그게 그날의 목적이었다.


카트 위에 앉은 그날의 승자 5세는

딱 부러지게 시식을 향해 손짓지시를 내렸다.

그날의 시녀 37세는 일사분란하게 카트를 운전하여

시식을 대령했다.

입에 맞다 명하시는 음식을 카트에 차곡차곡 담았다.


아이와 손을 잡고 두리번 두리번.

뒤에 어떤 스케쥴도 예정되어있지 않은 시간.

수준이 똑같은 5세와 37세의 시시덕 거림이

마냥 즐거웠다.


그렇게 한 짐을 싣고 돌아오는 길,

아이는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장 본 짐을 차에 놓아둔 채,

잠든 아이를 안고 집으로 들어가면서

너무 따뜻했다.


내가 아이를 안은 게 아니라

잠든 아이가 나를 안고 있었다.


그렇게 아쉬운 저녁시간이 가버렸다.

아이를 뉘이고

다시 내려가 짐을 들고 올라와

그 날의 정리를 마치고 누워

창가로 들어오는 달빛에 비친 아이 얼굴을

오래도록 들여다 보았다.


하루가 끝나지 않았으면.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아니, 그저 네가 조금만 천천히 자랐으면-


누군가에는 지겨울 일상이

일하는 엄마에게는 너무도 간절한 시간.


그 시간이 고마워서

나도 모르게 울컥하던,

특별한 것이 없어서 특별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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