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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덕골 이선생 Feb 19. 2024

나를 성찰하자

나는 도리나 예절에 민감한 편이다. 사람마다 상식이나 판단기준이 다른 걸 알면서도 내 안의 번뇌를 비우지 못한다. 그 행위가 도저히 용납하지 못할 상황에 이르면, 무심히 발길을 끊거나 회피한다. 나이가 드니, 점점 나만의 판결문이 더 강해지는 듯싶다. 이건 아니지 하다, 그저 피하는 게 상책이라 여긴다.

  얼마 전 사람을 다. 사람들과 쉽게 만나고 격 없이 행동하는 그의 성격이 시원시원해 좋았다. 마음이 넉넉해 여기저기 선물도 주고, 주변을 챙기는 모습을 보니 흐뭇했다. 그럼에도 타인을 너무 격 없이 대하는 모습에 불편함이 느껴졌다. 어딘가 진지함이 부족하다 느끼는 순간, 나랑 다른 사람이라 여겨졌다.

  어쩜 럴 수 있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는 불편한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 뒤 시비판단을 버리고, 나 자신을 돌아봤다. 감정은 버리고 이성만 남긴  곰곰이 생각다. 나도 참 고집 구나. 그 사람을 나에게 맞추려 했던 . 나의 색깔만 고집하지 말자.  있는 그대로 보자. 이러한 결론에 이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삼원스케치북, 스텐들러, 신한물감)


사무실 근처에 식물 카페가 생겼다. 나는 식물을 보며 커피 마시는 게 좋았다. 몇몇 지인들을 불러 수다도 떨고, 식물이 내뿜는 공기를 마시는 게 행복했다.

  특히 사장님의 환한 미소가 아름다웠다. 늘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그녀의 친화력이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오픈 일정이 지연되거나, 개인사정으로 쉬는 날이 많아졌다. 아이들이 어려서인가. 몸이 좋지 않은가. 출근길에 슬쩍 그녀의 존재를 확인하곤 했다.

  얼마 전부터 카페명이 바뀌고, 다른 사장님이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다. 동네 보석  같은 공간이 하나 둘 사라지는 데에 안타까움이 생겨서일까. 응원의 목소리를 전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은 걸까. 아무쪼록  공간이 오래 남길 바랐다. 그리고 표현력이 부족한 나의 결점을  되짚어 보았다.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잘다. 어른들에게 혼날까 봐 통날 변명거리를 만든다. 얼굴이 상기된 채 불안한 눈초리로 고개 숙이는 아이들, 그 영혼만큼은 순수하 믿고 싶다.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아이들의 거짓말과 싸워야 할 때가 많다. 바빠서 못했다, 배가 아팠다, 동생이 찢었다, 할머니가 노트를 버렸다  변명 가지각색이다. 

  언젠가 답안을 베껴온 학생이 있었다. 나는 그 친구를 야단치거나 혼내지 않았다. 답안을 베끼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얼마 후 학생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답안을 베끼는 모두를 속이는 이라며, 반성하는 글을 쓴 것이다. 

  또 학생은 내가 쓰는 방에 몰래 들어가, 컴퓨터 좌판으로 욕설을 남겼다. 누구의 소행인지 짐작은 갔지만, 선뜻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번에도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타인의 물건에 손을 대거나 부정적 감정을 욕으로 표현하는 건 잘못이라 지도했다. 자기 스스로 용서를 구하면, 이번 한 번은 봐줄 것이라 말했다. 조용히 남아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수업이 끝난 후, 한 학생이 눈물을 글썽이며 다가와 장난 삼아한 일이라 고백했다.


나를 성찰하자

성찰은 자기 결점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행위. 그렇기에 스스로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어떤 감정을 가지는가. 이와 같은 감정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상대방의 잘못 때문인가, 나의 왜곡된 시선 때문인가.

  성찰의 완성은 실천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나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늘 고뇌하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존재다. 이에 성찰적 자세를 잊지 않으려 애쓴다. 억압된 나를 털어버리고 마음의 자유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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