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으면 어떤가...'월급'만 받으면 되지
왜 당신을 힘들게 만드는 사람들에게까지 사랑받으려고 하세요?
지난해 5월었다. 다른 회사와 분초를 다투는 경쟁을 하던 시기. 운 좋게 연달아 크고 작은 업무를 다른 회사보다 먼저 수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면 또 다른 경쟁에 돌입.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은 이런 것이겠구나' 생각했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별보고 출근, 달보고 퇴근을 하며 휴일없이 얼마나 일했을까. 전날 처리해야 하는 일상적 업무를 놓쳤다. "어제 처리하지 못한 업무가 있는데 오늘 처리하겠습니다" 날벼락이 떨어졌다. "어제 할일을 왜 오늘해!" '지금까지 제가 놀았나요?', '다른 회사와 경쟁에서 이긴 제 성과는요?' 입밖에 내진 못했다. 억울하다 못해 원통했다.
그리고 걸려온 전 팀장의 전화. "힘들지?" 그 후로 1시간을 내리 울었다. "오늘 반차를 내야할 것 같다"는 말에 "(이렇게 바쁜데) 무슨 반차냐?"고 되묻는 상사에게 이유를 설명하다 다시 1시간을 울었다. 이후 달려간 병원에서 2시간을 더 울었다. 의사가 말했다. "왜 환자를 힘들게 하는, 그래서 싫어하는 사람에게까지 사랑을 받으려고 하세요?"
제가요? 언제요?
"제가요?" 의사의 말에 발끈했다. 내가 누구한테 사랑을 받으려 한다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의사는 말을 이어갔다. "지금 환자분은 계속 격무를 요구하는 회사, 또 상사때문에 너무 힘드신 것 아닌가요? 왜 그런 분에게까지 인정받고 사랑받으려고 하세요?"
"무능한 상사에게 '일을 못한다'는 소리를 듣기 싫을 뿐입니다. 트집 잡히고 싶지 않은거예요!" "그분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든 왜 신경 쓰세요? 그게 바로 인정욕구 입니다. 사랑받으려는 욕구예요. 자신을 소중하게 대하는 사람에게 사랑받는 것은, 그들에게 사랑받으려 노력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에게까지 꼭 인정받고, 사랑받을 이유가 있나요?"
맞다. 좋아하는 선후배들에게, 또 업계에서 '잘하는사람'으로 평가받고 싶었다. 열심히, 죽어라 일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의사의 말대로 나는 싫어하는 사람에게 조차 인정받고 싶었던 것 같다. '꼬투리 잡히기 싫다'는 핑계였지만 그 역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였다.
행복해지려면 '미움받을 용기'도 있어야 한다.
그런 용기가 생겼을때 인간관계는 한순간에 달라질 것이다.
<미움받을 용기>가 떠올랐다. 아들러 심리학을 다룬 책, 좀 더 정확하게는 일본의 철학자 기시이 이치로의 아들러 철학 해석을 다룬 책.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가 된 책이라는 말에 서점에서 사보고, 집에서 먼지만 맞고 있는 바로 그 책. 저자는 말한다. "'미움받을 용기'가 생겼을때 인간관계는 한순간에 달라질 것"이라고.
처음 그 책을 읽었을때 어렴풋하게 알것만 같았던 '미움받을 용기'의 의미가 좀 선명해진 것 같다. (물론 내가 이해하는 '미움받을 용기'가 아들러가, 기시이 이치로가 말했던 그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맞든 틀리든 뭐 어떤가. 내가 심리학도도 아닌데) 나 자신이 '모두에게, 의미없는 사랑을 갈구하는 나약한 인간'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미움받을 용기' 만들기가 시작되는건 아닐까.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다. 인정받지 않아도 괜찮다. 미움받아도 괜찮다. 가족과 친구,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만을 챙기기에도 벅찬 인생이 아닌가. 회사에서 반드시 '월급' 대신 '사랑'까지 받아야 하는 이유는 없다. 사랑받지 못해도, 미움받더라도, 월급만 받으면 되는 곳이 아닌가 회사라는 곳은.
물론 다시 일터라는 곳으로 돌아간다면 '사랑을 갈구하는 나약함'이 다시 쏟구칠지도 모른다. 어쩔수 없지. 인정하든 않든 그게 바로 나니까. '소중한 사람들에게만 사랑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다독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