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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화 Mar 03. 2018

'마음고생 다이어트'를 끝내며

인생 최저 몸무게를 찍게 한 '마음고생 다이어트'를 일터를 떠나며 끝내다

공부에만 집중해라,
대학만 가면 살은 다 빠진다


고3 때 선생님들께서 해주신 말씀은 대개는 맞았던 것 같다. "아무 걱정 없이 공부만 하면 되는 때가 좋은 때다",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좋은 대학이 인생을 조금 쉽게 살도록 도와줄 순 있다" 인생 선배들의 절절한 조언이었다.


다만 이 말은 명백히 틀렸다. "공부에만 집중해라. 대학만 가면 살은 빠진다" 고3 때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었는데 대학 입학만으로 살이 빠지진 않았다. 식단관리와 열혈 운동. 고3 전 몸무게로 돌아가는데 반년이 걸렸다.



학생 때는 다이어트를 위해 바짝 운동한 적은 있어도 꾸준히 운동을 하진 못했다. 운동에 재미를 붙이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긋지긋한 살을 빼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으니 살을 뺀 뒤에 더 이상 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오히려 직장인이 된 뒤에야 꾸준히 운동을 하게 됐다. 하루 12~18시간, 주 6~7일 근무. 체력이 바닥나서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버티질 못했다. 그야말로 '생존 운동'이었다. 영양제보다 보약보다 건강 개선 효과를 체감토록 해 준 것이 운동이라 제법 재미있게 운동을 했다.


기껏해야 일주일에 1~2번 하는 운동인지라 몸무게는 크게 늘고 줄진 않았지만 근육량이 늘고 지방이 줄었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부쩍 수월해졌고 낮시간 멍함도 줄었다. 몸무게는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살 빠졌냐'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었다.


다이어트 너무 빡세게 하는 것 아냐?
다이어트 비법 좀 묻자


일주일에 1~2번 하던 운동도 지난해 초, 부서를 옮기고는 거의 하지 못했다. 앞선 부서들은 토요일 하루 휴무는 지켜지는 편이었는데 옮긴 부서는 토요일 하루 쉼조차 기약이 없었다. 지난해 운동을 간 날이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식단 조절도 운동도 거의 못한 지난해 하반기, 인생 최저 몸무게를 찍었다. 보는 사람들마다 "살이 왜 이렇게 빠졌냐", "다이어트 너무 빡세게 하는것 아니냐", "비법 좀 묻자"고 말했다. 음식을 덜 먹는 것도 아닌데 살이 쭉쭉 빠졌다.


다이어트 중 가장 확실한 다이어트는 '마음고생 다이어트'라고 했던가.  행복감이, 자존감이 인생최저치를 찍었을때 몸무게도 최저치를 찍었다. 어려서 그렇게도 되고 싶었던 '마른 여자'가 되었는데 어쩐지 기쁘지도 행복하지도 않았다. 행복감을 팔아먹으며 나도 모르게 내 몸속 지방도 '덤'으로 팔아버렸을까.



나도 모르게 "당장 퇴사하고 싶다"는 말을 내뱉을 때쯤,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상황에서 큰 결정을 하면 좋지 않다"는 주치의(정신과 전문의)의 말에 일단 휴직을 했다. 잠은 밀려들었지만 식욕은 더 떨어졌다. 의사는 극도의 긴장감이 풀리면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했다.


휴직으로 맘고생 다이어트는 끝났지만 빡센 다이어트의 후유증은 아직 남았나 보다. 아직 몸무게는 그대로지만 얼굴부터 살이 조금씩 오른다. 살면서 살이 찌기를 원한적은 없었는데 요즘은 살이 좀 쪘으면 좋겠다. 맘고생 다이어트가 아닌 건강한 다이어트로 건강한 몸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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