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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Nov 09. 2019

1 나누기 1 / 에라이

일과 삶의 분리, 워라밸(Work & Life Balance). 내가 대학을 졸업하는 시기부터 언급되기 시작한 이 표현은 현대인들의 분노와 갈망을 응집시켜 놓은 듯하다. 워라밸을 찾아 1,500만 원 이상 차이나는 연봉을 포기하고 지금의 직장을 선택한 나도 예외는 아닌데, 그렇다고 확실하게 워라밸이 있는 삶을 누리고 있다고 말하지도 못한다. 어쨌든 이 워라밸이라는 말은 일과 삶,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지칭하자면 직장과 직장 밖을 나누어 살아가자는 의미를 가진다.


엄밀히 워라밸을 따지자면 계약되어 있는 업무시간인 9시부터 12시, 1시부터 6시까지를 제외하면 내 개인적인 삶을 충분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출근을 해야 하는 월화수목금요일(평일)과 그럴 필요 없는 토일요일(주말)도 완벽히 나눠진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직장인이 되고 나니 직장과 그 나머지를 나누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음을 여실히 느끼는 중이다. 심지어 일이 없는 토요일에 회사를 나가기까지 한 것이다([https://brunch.co.kr/@lim6922/214](https://brunch.co.kr/@lim6922/214))


그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데 단순하면서도 해결하긴 어려운 일들이다.


첫째, 9시부터 6시까지 하루 종일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 몸이 너무 피곤하다. 특히 눈! 퇴근 이후에 무엇인가를 할 여력이 없다. 요즘 효과가 있니 없니 하면서 자주 등장하는 루테인을 '그래도 안 먹는 것보다는...'이라는 생각으로 챙겨 먹고 있지만 눈은 정말 '눈알이 빠질 만큼' 피곤하다. 퇴근 이후에 하려고 하는 일들은 대부분 눈을 뜨고 있어야 할 수 있는 일들인데 눈을 뜨고 있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둘째, 퇴근 이후, 그리고 주말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어디를 가야 하는지 모르겠고 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집에 돌아오면 그냥 자느라 정신이 없다. 집이라고 해봤자 자취방인데, 이 자취방은 여전히 불편하고 어지러운 구색만 갖춰져 있다. 그래서 차라리 회사에 남아서 회사의 더블 모니터를 앞에 두고, 회사에 있는 신문을 읽고, 쓰고 싶은 글을 쓰고자 하면 팀장님이라는 사람은 매일같이 12시가 넘어서 집에 가는 바람에 그 자리에 남아 있기 눈치가 보인다. 내 자리는 팀장님 자리에서 사선으로 바로 모니터가 보이는 자리다.


셋째, 이런 말을 하면 믿을지 모르겠지만 내 취향은 '회사'인 것 같다. '워라밸'을 누리는 일부 직장인은 회사에서의 시간을 마치고 개인적인 작업을 하거나 시간을 누리기 위해 '자기만의 방'을 만드는데 집중한다고 한다. 그 중 한가지 방식이 위워크와 같은 코워킹 스페이스에 돈을 내고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돈을 내지 않고도 마땅히 나만의 자리가 유지되어 있는 곳이 다름 아닌 회사라는 생각이다. 내 편의에 맞춰 설정해둔 컴퓨터가 있고, 내 물건이 있는 서랍이 있다. 바로 옆에 정수기가 있으며, 슬리퍼를 신고 있어도 된다. 다만 흠이 있다면 '둘째'에서 언급한 것처럼 팀장님이 퇴근을 안 하셔서 눈치가 보인다는 것뿐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회사와 회사 밖을 나누는 일을 확실히 하지 못하고 있다. 만일 퇴근 후의 시간을 완벽하게 나만의 시간으로, 내가 만족할 수 있을만큼으로 활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현재의 나는 결코 '워라밸스러운' 인간은 아닌 것 같다. 일과 삶을 분리하기보다는 내 삶의 연장선에서 일이요, 내 일의 연장선에서 삶인 것. 그리하여 나는 나를 일과 삶, 이렇게 둘로 나누지 못한다. 1÷2를 실패하고 그냥 1÷1인 채로 일요일인 오늘도 '회사나 나갈까.' 따위의 생각을 해버렸다.


by. 에라이 / 8월 1주차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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