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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류 Jun 03. 2021

이별 산책 2

이별 선물



누구도 먼저 말을 건네지 않았고

말없는 이 시간의 어색함에 익숙해질 무렵

그녀가 말을 건넸다.


“그런데 왜 사랑한다고 말한 거야?

그것도 자주?”

불편한 질문인데 그는 별 망설임 없이

“반응이 재밌어서 그렇게 됐어.”

“반응?...”

“응 사랑한다고 말할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이 항상 기대와 달랐어.”


그녀는 당황해서 굳어 버린 표정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았고

팔짱 끼고 있던 손을 살며시 뺏다.


조금 춥기도 했지만 상쾌한 공기로 느껴졌다.

그것으로도 기분전환이 되는 거 같았다.

어색한 상황을 의식하고 있는

이 민망한 시간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길가에 상점들에 집중하며 보폭을 좁혀 갔다.


잔스포츠에 걸린 가방에 눈길이 갔다.

"나 여기 들어가 볼래."

그도 흔쾌히 따라 들어왔다.

마음에 쏙 드는 건 아니었지만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백팩이 아닌 다양한 가방이 많아서 좋았다.

마음에 드는 가방을 발견해서

한쪽 팔에 끼고 거울에 이리저리 대보았다.


그리고는 살짝 미소를 짓고

다시 걸어 두었다.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아" 하며

나가려는데 그는 그걸 사주고 싶다고 했다.


"아냐~ 맘에 안 들어 ~~"

"내가 사주고 싶어서 그래 ~"

"맘에 안 든다니까?? 사주려면 다른 거 사줘~"


그는 그 가방을 다시 집어 들고

카운터에 가서 계산을 한다.

그녀는 당황해서 가게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가 밖으로 나와서

가방이 든 쇼핑백을 건네준다.

"너 참 끝까지 이기적이다."

"응?"


"그렇잖아. 지금 이 상황에서

맘에도 안 든다는데 끝까지

선물이라며 사 와서 받으라는 거잖아."

"맘에 들어하는 거 같아서."

"맘에 들어도 내가 이걸 어떻게 맬 수 있겠어?

어서 환불하고 와. 기다릴게."

"아니 ~!?!"

"뭐?"

"환불 안 할 거니까 빨리 받아줘 ~!"


그녀는 10초가량 허공을 바라보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대며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안 받을 거야!"


그는 아무 말 없이 쇼핑백을 그녀에게

더 가까이 내민다.

그녀는 끝내 화가 났다.


"나 먼저 갈게."


라고 말하고 빠른 걸음으로 가다가

더 빠른 걸음으로 , 거의 달리는 수준으로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그가 따라올까 봐 무서운 것처럼

뒤를 돌아보기가 두려웠지만

혹시 몰라 돌아보니

그는 멀리 그대로 거기에 서있었다.


그제야 그녀는 편안한 걸음으로

속도를 늦춰 걸었고 화가 난 마음과

슬픈 감정들이 밀려오는 듯

가슴이 아파지기 시작했다.

집에 도착해서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침대에 엎드려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화가 나는 건지 슬픈 건지

자꾸 눈물이 쏟아졌다.


1,2분이 지났을까

 

벨이 울렸다.

그가 온 것 같았지만 문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서 누구 인지 물었다.


"누구세요?"

"나야"

"그래. 왜 왔어??"

"선물 주려고. 문 열어줘 ~"


다시 시작된 이 시간

화인지 슬픔인지 모를 이 복잡하고 힘든 시간이

또 시작됐고 그녀는 언성을 높이면서


"제발 그냥 가줘 부탁이야 ~"

라고 하니 그는

"그럼 이 가방 문 앞에 놓고 갈게."

라고 했다.


"그럼 그 가방 버릴 거야.

네 동생을 주던지 어머니를 드리던지

제발 가지고 돌아가 그리고 다시는 보지 말자."


"마지막 선물인데 받아 주면 안 돼?"


그녀는 너무 화가 나 문을 세게 당겨 열었다.

그는 문 앞에서 눈시울이 빨개 진채

울고 있었다.


"너 뭐야?

왜 이렇게 이기적이야?

나 이제 너가 정말 싫어졌어.

이 가방 두고 가면 버릴 거야.

그러니까 제발 돌아가 줘. "


그는 그녀의 손에 쇼핑백을 쥐어줬다.

"버리더라도 받아줘."


"그냥 산책 좀 하면서 마음도 정리하고

너랑 좋게 헤어지고 싶었는데

도대체 이게 뭐니?

왜 이러는 거야??

이렇게 까지 힘들게 하고 싶어?"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는 그가

너무 낯설어 보이고 미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 알았어. 이거 받을 테니까.

이제 돌아가 "


"응"

그러더니 그가 미소를 지었다.

더 가까이 오더니

그녀를 껴안았다.

"나 너 사랑하는 거 같아.”


"뭐?"


그녀는 더 화가 나서

그를 밀쳐 냈다.

그는 가만히 미소를 짓더니

복도를 천천히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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