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이 필요할 때는 사람이 붐비지 않는 이른 아침에 혼자 카페에 간다. 아무 말하지 않고 스마트폰도 보지 않고 그저 차를 마실 잠시 동안의 시간이 필요하다. 카페 안에 흐르는 음악과 에스프레소 머신이 열심히 일하는 소리와 약간의 소음이 뒤섞인 곳에서 내가 오늘 쓰고 싶은 이야기에 귀 기울여본다.
| 얼마 전에는 도심 속 사찰에 혼자 다녀왔다. 단체 버스가 사람들을 잔뜩 몰고 왔지만 벤치에 앉아 흐르는 시냇물과 저물어가는 가을 풍경을 보는 동안 소음은 점점 흐려져갔다. 떨어진 단풍을 하나 주웠고, 끼워두기 위해 꺼낸 책도 잠시 읽었다. 야외에서 하는 독서는 볕을 함께 읽는 기분이었다.
| 산책에 소홀한 요즘이었다. 돌아보면, 산책을 거를 때는 다른 것도 거를 때가 많았다. 끼니를 거르거나, 시간을 거르거나, 스스로를 돌보는 일을 잊었다. 산책은 가장 개인적인 일이다. 나갈 때 가지고 나간 생각을 돌아오는 길에 살짝 버리고 온다. 아무도 모르게. 생각이 많을수록 일부러 걸어야 한다. 날이 추워질수록.
| 무언가를 세상에 내보냈을 때, 철저하게 혼자가 된 기분을 느낀다. 내 글을 읽거나 영상을 본 누군가의 '좋아요' 알림 하나가 추위를 달래주는 작은 불빛 같다. 더 많이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 실은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서 쓴다. 외로워서 쓴다. 가족과 친구가 있어도 해소되지 않는 외로움.
| 많아지고 늘어날수록. 두려워진다. 그래서 버려야 한다. 붙잡으려는 마음. 가지려는 마음. 그래서 언제든 혼자일 수 있어야 한다. 언제고 혼자가 될 준비를 하고 있어야만 한다. 당연한 것들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게. 쓸쓸한 바람 속에서도 볕을 찾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