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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Nov 15. 2024

기분

| 아침에 일어났을 때 되도록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 최근에는 사소한 것들이 거슬리고, 예민해지고 짜증이 났다. 아침부터 비염 때문에 콧물이 줄줄 흘렀고, 밤새 웅크린 몸은 뻐근했다. 아침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시작하는 방법은 기지개 켜기, 따뜻한 물 한 컵, 차 한 잔을 마시는 것이었다. 물을 끓이는 잠시 동안, 잠에서 깨어난다. 뜨거운 찻잔이 조금 누그러지는 동안 다시 기다림의 시간을 갖는다. 기분 좋은 상태란 시간을 갖는 것, 여유로운 상태 그 자체였다.


| 운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대신 평소보다 많이 걷는다. 걷는 것은 운동보다 생각에 가깝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많이 걷는다. 우울할수록 걷고 또 걷는다. 우울은 바라는 것이 있을 때 더 쉽게 찾아온다. 이루려는 것이 있을 때도 그렇다. 목적만 이룬다고 행복해지지 않는다. 과정 내내 기분이 안 좋으면 무슨 소용이지.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어느새 만보를 채우려고 걷고 있다.


| 근력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이전보다 다소 무게가 줄었어도 무거운 것을 일부러 들어 올릴 용기와 힘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움직여야만 새로운 것이 나올 것 같다.


| 지금 당장 기분 좋아지기 위한 방법들. 초콜릿 한 조각 먹기, 아몬드 씹기, 좋아하는 음악 듣기, 귀여운 영상 찾아보기, 친구에게 연락해 수다 떨기, 내 앞의 풍경 손그림 그려보기, 다이어리 정리하기, 좋아하는 책에서 좋아하는 구절 찾아 읽기, 간단하고 쉬운 레시피로 요리하기, 집 앞 도서관에서 책 빌리고, 동네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 테이크아웃해오기, 그러면서 걷기 또 걷기.


| 밤에는 오늘의 기분을 정리하고 잠들려고 한다. 그래서 일기를 쓴다. 쓰면서 결국, 모든 것이 기분 탓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 기분을 좌우하는 것은 언제나 내 결정이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이나 계획 밖의 일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일은 일어날 때 생각하기로 하고 지금 당장, 일단은 기분 좋게 오늘을 시작해 보기로 결정해 본다. 그 정도는 스스로 허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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