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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Nov 18. 2024

보이지 않는 것

| 그대여 힘이 돼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길을 걷는데 어느 가게에서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예전에 늘 따라 흥얼거리던 노래의 가사가 이제야 제대로 들려왔다. 내가 가야 할 길을 좀처럼 알 수 없던 그 시절에는 멜로디만 알던 노래였다. 아무 생각 없이 흘려듣던 노래를 이제야 처음부터 끝까지 가사로 들어본다. 알던 노래가 아니었다. 완전히 새로운 노래였다.


|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 물론 보인다고 본다고 할 수 없고, 안다고 할 수도 없다. 몇 년이 지나면 다시 보이게 될 것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 집 근처에 있는 걸 모르고, 한동안 버스를 타고 작업할 도서관을 찾아다녔다. 분명 검색도 해보고, 주변에 알아보기도 했는데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곳이었다. 때가 되어야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고, 보이는 것이 있고, 갈 수 있는 곳이 있다.


| 타인은 항상 내 입장에서 보았다. 가까워진다는 것은 내 입장에서 허용되는 사람이어서였고, 반대는 아니라서 그랬다. 어느 시인은 나는 너다,라고 했고 또 어느 시인은 너는 나다,라고 했다. 문득 그 말을 곱씹으며 생각해 봤다. 내가 너라서 그만큼 가까워졌다. 나는 너라서 너를 통해 나를 만났고, 너는 나여서 나를 통해 너를 수용했다. 지난 시간 동안 만난 수많은 너와 헤어진 내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 아직도 보이지 않는 것이 많아 답답할 때가 많다. 분명 더 쉬운 길이 가까이에 있을 것 같고, 우연히 발견해서 깨닫기도 하지만, 여전히 보는 것만 보려고 하고, 아는 길만 오간다. 그래서 한 번쯤 딴 길로 새봐야 한다. 오늘은 가지 않던 길로 돌아가볼 것이다. 월요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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