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잘 살아 있어?'라는 장난스러운 말. 그 말이 나이가 들수록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살아있음이 또 하나의 행운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이들이 귀한 것을 알기 때문이다.
| 오랜만에 안부 전화를 걸었는데 어제도 연락받은 듯이 똑같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아줄 때 고마움을 느낀다. 이제 전화를 거는 일 자체가, 누군가를 궁금해하는 일이, 아주 특별한 일이 되어버린 요즘에,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어서, 외로움이라는 고질병을 이겨낼 수 있었다.
| 부모님께는 안부 전화 하는 일이 가끔 의무처럼 느껴졌었다. 몇 주만에 전화를 받은 엄마는 최근에 서예를 하다가 캘리그래피를 배우셨다고 했고, 아빠는 감기에 걸리셨으며, 그럼에도 7 천보는 걷는다고 하셨다. 나는 모든 이야기를 한참 말없이 듣다가 전화를 끊으면서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엄마는 '나도 사랑한다' 하셨고, 아빠는 '응, 그래. 고맙다'하고 전화를 끊으셨다. 나는 그 모든 통화를 저장해 두었다. 언젠가 듣고 싶을 때 또 들을 수 있도록.
| 올해 들어 한 번도 납골당에 가지 못했다. 언니 생일에는 가야지, 2주기에는 가야지, 명절 전에는 들러야지, 해놓고서. 살아있음을 핑계로 그렇게 좋아하던 꽃 한 송이 가지고, 안부 한 번 전하러 가지 못한 무정한 나를 언니는 용서해 줄까. 물어보고라도 싶다.
| 거리 위로 나뭇잎이 낙하할 때쯤이면,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 모든 이파리가 다 떨어지기 전에, 앙상해지기 전에, 전화를 걸어야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야지. 그것도 아니라면, 마음으로 행복을 빌어 주어야지. 그러기라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