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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언니 Oct 21. 2023

결국 사람으로 치유받고 일상을 살아간다.

난 육아우울증이 전혀 아니었다.


새 보금자리에서 내 자리를 찾기까지


경력직이면 신입에 비해 이직이 비교적 쉽지만

가서 적응하고 능력을 인정받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생각보다 경력직 수습 3개월 기간은 평가에 따라 계약 해지를 하지 않는 곳임에도 압박이 심하다.

일은 새롭고, 동료들도 모두 다르고, 회사 문화도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옛날 문화를 가진 회사에서 급진적인(?) 문화를 가진 비교적 젊은 IT기업으로 왔다 보니 처음엔 문화적응부터 낯설었다.


다행인 건 내가 카멜레온처럼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는 편이었고 일에 대한 욕심과 잘 해내겠다는 다짐으로 끈기 있게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란 점이다.



이상형이지만 반하진 않을 거야


이때 내가 경계한 게 하나 있다.

현 조직이 너무 좋지만 이 조직의 완벽함에 빠지지 않겠다는, 마치 이상형과 늘 함께지만 반하진 않겠다는 다짐 아닌 다짐을 했다.

지금 조직은 일도 재밌지만 구성원들이 정말 좋다. 훈훈한 오피스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사람들이 많기에 반하는 포인트가 많았지만 너무 빠지면 다른

사람이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날 때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것이 아니라 멋진 팀워크가 깨질까 봐 걱정부터 할 것 같아서다.

하지만 아무도 내가 이런 다짐을 한지는 눈치채지 못할 거다. 마치 강아지처럼 투명하게 동료들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걸 매번 표현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사람이 좋아야 한다


사람이 좋다 보니 내가 서둘러 실력을 쌓아 다른 동료들 일을 덜어주고자 다짐하게 되고 이런 마음은 열심히 일해도, 힘든 일을 해도 지치지 않게 해 준다.

그렇다, 난 이 조직에 와서 사람을 치유받고 있다.

일은 덤이고 사람으로 지난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  

일이 재밌고 적성에 맞고 성장하는 느낌을 매번 받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one-team으로 일하고 함께 달려가는 거다.

이 조직에 오고 이상적으로 느꼈던 직장을 경험하고 있고 논리적이고 상식적인 업무 의사결정을 통해 업무 경험치도 높아지고 있다.


그 덕분일까,

이제 이전 회사 일은 웃으며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마음이 안정되기까지 딱 1년 걸렸다. 현 회사에서 업무 성과를 어느 정도 인정받고 전 회사에서 받은 상처가 사라지기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이지만 출산부터 겪은 부조리함을 생각하면 꼬박 2년 반 걸렸다. 2년이

지나고 나니 내가 겪은 일들이 부조리한 일이었고 비정상적이었다는 게 명확해졌고 이렇게

시리즈로 연재하며 훌훌 털어버리고자 한다.


그 누구를 위한 에세이가 아닌, 날 위한

에세이는 여기서 마친다.

이전 10화 이를 악 물고 둥지를 떠나 더 넓은 곳으로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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