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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 남PD Nov 04. 2019

#12. 못 믿겠지만, 결혼 확정!!

연애는 114일, 결혼 준비는 한 달 반! 식장 잡고 상견례한 꽁든커플

지난 주로 벌써 우리가 결혼한 지 만 4년이 지났다. 우리는 운 좋게 누군가 취소한 회사 식장을 잡을 수 있게 됐고, 그 덕에 '한 달 반 만에 결혼 준비'라는 지상 최대 미션을 받게 됐다. 엄마와 아빠는 '진짜 우리 딸이 시집을 가기는 가는구나...!'라는 생각에 갑자기 마음이 급해지셨고, 나이 서른이 지나도록 한 방, 한 침대를 썼던 내 동생은 울먹이며 '찰떡 언니'를 '모르는 오빠'에게 양보해야 했다.


"너 같은 애들이 식장 먼저 잡고 결혼한다, 조심해라!"


유난히도 따르던 당시 우리 팀장님이 "그만 골라라"라며 늘 하시던 말씀이었는데, 서른일곱에 겨우 결혼이란 걸 하게 됐던 나는 진짜로 식장 먼저 잡고, 집 구하고, 상견례하고, '스드메'를 준비했다. 다행히 사귄 지 얼마 안 돼 '실물'을 먼저 보셨던 부모님은 구남친을 보시자마자 '매우 흡족' 카드를 날리셨고, 두 철없는 아이들이 단 하루 비어있던 회사 식장을 일단 잡아 두었다. 부모님은 '엄청 놀랍긴 하지만 일단 찬성!' 사인을 주셨다. 그리고는 당연히 잘 살겠지만 워낙 빠르게 진행이 되는지라 잘 아는 스님께 '결혼 날짜가 괜찮을까요?' 하며 둘의 사주와 결혼 날짜를 드리고 자문을 구하셨다.


"둘이 천생연분이네요. 결혼식 날짜도 아주 좋고요, 오후에 하면 더 좋고요! 아주 잘 살 겁니다."


'참으로 잘 맞을 것'이라는 스님의 말씀에 우리는 비로소,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에 착수했다. 결혼하자고 조르던 나의 구남친은 드디어 '소원성취'를 했고, "매일 구름 위에 있는 것 같다"며 '한 달 반짜리 벼락치기 숙제' 같은 결혼 준비도 신나고 즐겁게, 그리고 빠르게 착착 진행시켰다. 일하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이 없었던 나에게 그의 결혼 준비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우리에겐 물리적으로 시간이 없었고, 그랬기에 결정도 빠르게 해야 했고, 일정도 신속하게 확정시켜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나는 그의 일하는 방식과 추진력에 홀딱! 반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이 결혼에 확신이 생겼다. 우리 시부모님께도 너무 감사한 것이, 당시 나는 시부모님 되실 분들께 인사도 정식으로 드리지 못한 채였다. 둘째 아들의 판단을 적극적으로 믿으셨던 시부모님은 갑작스러운 아들의 결혼 발표에 당장 집을 어디다, 어떻게 구할지 머리를 짜내셔야 했고, 우리 부모님은 까탈스러운 딸의 인생 제2막 새 거주지를 찾기 위해 직접 집을 보러 다니기도 하셨다.


"야, 지금 인 서울 해야 돼. 일단 오래된 집이라도 서울에 알아봐라!"


남편의 회사 선배 형들은 '오래된 강남권 아파트'를 알아보라며 남편에게 조언했고, 회사 근처에 곧 재건축에 들어갈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둘이 살 전셋집을 알아보았다. 그런데 우리가 가 본 강남권 오래된 아파트는 둘이 살기에 30평대로 너무 크기도 했거니와 너무나 오래돼서 집 안에 묵은 찌든 냄새가 절대 가시지 않을 것 같았다.


"자기야... 나는 강남도 좋지만, 여긴 아닌 것 같아. 난 오피스텔이라도 새 집이 좋아. 자기는?"
"나도... 이렇게 클 필요도 없고... 경기도 쪽으로 다시 알아보자."


우리는 그렇게 합의를 보고, 일단 '전세라도 인 서울, 인 강남' 카드는 버리기로 했다. 그 무렵, 우연히 판교에 들르셨던 우리 부모님은 지어진 지 몇 해 안된 대단지 오피스텔 하나를 보셨다며 직접 가서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연락을 주셨다.


"딸~! 판교에 갔다가 아빠랑 오피스텔에 한 번 가봤는데, 오피스텔이긴 하지만 방이 따로 있고, 햇빛도 잘 들고 창도 커. 가격대도 괜찮은 것 같은데 한번 가보는 게 어때?"



마치 동거하는 것 같았던 우리의 신혼 생활! 커플 슬리퍼를 신고, 커플 잠옷을 입고, 같은 시간에 나와 출근을 하던 그때를 우리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묵은 아파트의 찌든 냄새에 깜짝 놀란 우리 커플은 퇴근 후  판교로 향했고, 주차장 넓고 모든 시스템이 편리하게 갖춰진 쾌적한 오피스텔이 완전, 쏙! 마음에 들었다.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이 옵션으로 돼 있어 크게 살 것도 없었고, 모든 것이 오밀조밀해 진짜 소꿉장난하는 것 같아 더 좋았다. 그곳에서는 오래 살지 못했지만, 이 오피스텔에서의 짧은 신혼 생활은 너무나 달콤 짭조름했다. 마치 동거하는 듯한 짜릿한 느낌이랄까! 지금도 우리는 그 단지 앞을 지날 때면 되살아나는 신혼 초의 기억에 깔깔댄다.


결혼하고 우리 부부는 지금까지도 정말이지 잘 살고 있다. 매주 주말마다 국내 곳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드라이브를 하고, 1년에 한 번 해외여행을 떠나며, 매일 아침, 저녁 맛있는 밥을 지어먹으며 소꿉놀이를 하듯 살고 있다. 그리고 3년 반 만에 찾아와 준 아기 천사를 뱃속에서 고이고이 키우며 매일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왕이면 1년 이상 연애를 하고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감을 신중하게 만나보면 좋겠지만, 늦어진 결혼 때문에, 혹은 어떠한 이유 때문에 급하게 결혼 준비를 해야 한다면, 준비를 하면서 꼭 눈여겨보아야 할 점들이 있다. 아래는 내가 결혼 준비할 때 마지막으로 교열을 보듯 더블 체크한다는 심정으로 눈여겨봤던 남편의 행동들인데, 이 포인트들은 결혼 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데에도 매우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지금 결혼 준비를 하고 있거나 염두에 둔 사람이 있다면 잘 살펴보면 좋겠다.







첫째, 두 사람은 지금 이 결혼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준비 태도는 '싸우지 않고 결혼하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다. 결혼은 앞으로 평생을 함께하기 위한 첫 단추를 끼우는 과정이다. '드디어 우리가 부부가 되어 한 평생을 함께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감격의 힘이 있어야 꽤나 귀찮고, 지금껏 한 번도 안 해본 일들을 다툼 없이 잘 조율해 나갈 수 있다. 상견례는 어디에서 할지, 예단은 할지 말지, 한다면 얼마나 할지, 예물은 어떤 것을 어떤 수준으로 할지, 스튜디오 사진을 찍을지 말지, 찍는다면 어떤 스타일로 찍고 싶은지, 드레스는 어떤 것으로 몇 군데 투어를 다녀볼지, 메이크업은 어디서 할 것이고 헤어스타일은 어떻게 할지, 부모님 헤어도 다 함께 할지, 하시던 곳에서 하실지, 한복은 빌릴지 맞출지, 맞춘다면 어디서 얼마 수준으로 할지 등등등. 결정할 것이 한 둘이 아니고, 결정할 사안들마다 돈이 들어가기에 자칫 마음이 틀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을 최대한 즐겁고, 행복하게, 긍정적으로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준비 과정부터 짜증을 내고 서로에게 미루기만 한다면, 결혼하고 나서는 더 많은 일들로 싸우고 서로에게 생채기를 낼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 결혼 준비도 재미있게 해 보자! 서로 배려하면서~!"라고 미리 대화해 볼 것을 권한다.



이렇게 안 했으면 한 달 반 안에 모든 준비를 끝낼 수 있었을까? 결혼 준비를 하는 내내 "자기야, 나는 자기 추진력에 완전 반했어!"라며 궁디팡팡 칭찬을 해 주었다.



둘째, 다음은 추진력 장착이다. 우리의 경우 남편의 추진력에 나의 긍정적 마인드가 매우 잘 버무려졌던 것 같다. 위 일정표는 남편이 정리해 공유해 준 것인데, 결혼 도움방에서 약 서너 시간 만에 정리한 것이다. 우리 부부는 둘 다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시간은 한 달 반 밖에 없었기에, 모든 준비는 되도록 한 곳만 보고 결정하기로 합의를 했다. 실제로 스튜디오, 한복, 드레스 모두 한 곳에서 보고 바로 결정을 했고,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우리는 웨딩플래너 없이도 꽤나 빠르고 정확하게 준비를 할 수 있었는데, 노하우는 미리 샘플을 보고 두 사람이 모두 좋아하는 곳으로 선택지를 줄여 나가는 방법이었다. 만약 회사에서 지원하는 결혼 도움방이 있다면, 미리 샘플을 보고 두 사람이 좋아하는 분위기와 스타일이 있는 한 두 곳으로 투어 대상을 정리한다. 웨딩플래너가 있다면 원하는 분위기나 요청사항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면 빠른 결정이 가능하다.


보자마자 반했던 야경 신. 이 한 컷을 위해 우리는 이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했고, 지금도 우리 집 포토월에 예쁘게 걸려 있다.


예를 들어, 스튜디오를 결정할 때 우리는 한 후보지의 야경 신이 너무 예뻐, 보자마자 "여기!"라며 바로 결정을 하고 전화를 걸어 일정을 확정했다. 마음속으로 스타일을 결정하고 나면, 추진력이 뛰어난 나머지 한 사람이 연락을 해 되도록 빠른 날짜에 투어를 확정한다. 이때, 일정과 시간, 컨택 포인트를 꼼꼼히 메모하고 정리해 두면 편하다. 신기한 것은 결혼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는 이 순간부터 커플은 '신랑님', '신부님'으로 불린다.


셋째, 매사에 "응, 그럴 수도 있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인가? 결혼 준비든, 결혼 생활이든 나는 양보하고 조율할 줄 아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라 생각한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네 거 내 거'를 따지기 시작하면 정말 답이 없다. "내가 집 구하는데 얼마 냈으니까 너도 얼마 내!", "어머니 한복이 얼마 더 비싸니까 우리 엄마 꺼도 뭐 하나 더 할래!", "내 친구들 보니까 프러포즈 링, 커플링, 진주 세트 세 가지 했던데, 나도 그 정도는 받아야겠어!", "예단 얼마 드렸으니 얼마 되돌려 주셔야지..." 등등등. 날을 세우기 시작하면 안보이던 것까지 다 보이기 시작해 꼬투리에 꼬투리를 잡고 싸움이 시작된다. 살다 보면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거다. 단 114일 만나고 내가 구남친을 남편으로 '매우 만족 확정!'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번째 요건 때문이다. 남편이 전셋집을 마련할 때 나는 크지 않지만 내가 모아 왔던 여유자금을 보탰고, 허니문 비용은 내가 지불했다. '다이아몬드 따위 필요 없다' 생각했지만, 막상 백화점 조명 아래 눈부시게 반짝이는 아이의 유혹에 심하게 흔들리는 나를 보며 구남친은 "그래, 평생 한 번인 결혼 반진데~!" 하며 큰돈을 투자해 나의 웨딩링을 사 주었고, 어머님과 남편의 한복 값은 나와 엄마의 한복보다 꽤 더 비쌌지만 매우 잘 어울렸기에 즐겁게 해 드렸다. 예단은 양가가 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최소한의 결혼식 준비를 위해 매우 매우 적은 금액을 보내드렸지만, "너 사고 싶은 거 사라"며 드린 예단에 돈을 더 보태 '아버님 표 용돈'을 보내주셨다. 이렇게 서로 양보를 하다 보면, 결혼 준비기간에, 인상을 쓰고 싸울 일은 거의 없다.


114일간의 꽁든커플 연애기는 여기서 마무리를 한다. 단 몇 편의 글이지만, 의미 없는 썸에 흔들리고, 잘못된 판단에 흔들리고, 결혼에 대한 고정관념에 흔들리는 어린 커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적당한 썸과 새로운 만남은 한 사람에게 너무 깊이 빠져들거나, '금사빠'를 예방하기에 적극 추천한다. 하지만 한 번 만나고 툭! 걷어 차는 어리석은 실수는 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수많은 썸에서 허우적대며 빠져나올 수 없는 이유는, 여기서 쿡! 저기서 쿡! '못 먹는 감 찌르기'에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며, 좀 싫은 점이 있어도 만나 보려는 참을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참을성은 첫 만남에 '나쁘지 않음', 두 번째 만남에 '다시 보니 별로', 세 번째 만남에 '약간 재밌기는 함', 네 번째 만남에 '어라? 이런 면이?'처럼 기복을 두고 상대를 조금 더 살피는 계기가 될 것이며, 우리 안에 내재된 '원석 감별력'을 일깨우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진흙 속에 파묻힌 다이아몬드를 찾기가 그리 쉬운 일이라면 이 세상 사람 모두가 진흙 속에서 다이아몬드 원석을 캐갔을 것이다."원래 여기는 손 잡고 걷는 길이에요"라든가, "오늘부터 결혼을 전제로 사귀면 좋겠어요!"라든가 하는 구남친의 '박력(?!)'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아직도 썸과 누군가의 어장에서 허우적대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혼을 함으로써 우리는 자유로운 삶에 제어를 받기도 하고, 나보다는 상대를 배려해야 하기도 하고, 내 욕구를 참고 상대를 위해 양보해야 하는 일도 많이 생기지만, 그 모든 단점을 합친 것보다 결혼해서 좋은 점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많기에 꼭 한 번은 해 볼 것을 감히 권한다. 생각보다 결혼은 '미친 짓'이 아니며, 생각보다 그렇게 괴롭거나 힘들지 않으며, 생각보다 꽤 많이 재미있고, 꿀 떨어진다는 걸 염두에 두길 바란다. 결혼 5년 차 꽁든부부의 #꽁든부부_아직도꿀떨어짐 이야기는 다음 연재에서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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