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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쓰니 Mar 13. 2018

속눈썹으로 입술 꼬집기

ep25.


그리지_쓰니랑




연인들만의 콩깍지라 말할 수 있는 오글거리지만 오글거리는 게 느껴지지 않는 오글거림. 이해 못할 행동이지만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오는 신비로움. 진짜 쓸데없는 행동이지만 시간이 아깝지 않은 경이로움.

일상 속에서 생겨나는 객관적으로 소소하지만 나에게는 꽉 찬 소중한 추억들. 알콩달콩한 그와 나의 연애 이야기를 최대한 담백하게 적어보겠다.


나에게는 사랑스러움으로 다가오는 잔잔한 감동이 다른 이에게는 손발이 움츠러드는 오글거림으로 느껴질 수 있으니.



이 날은 그런 날이었다. 어디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창작미 넘치는 행동에 심장 폭행당한 날. 갑자기 훅 들어오는 그의 행동에 온 몸이 짜릿해지는 달달함을 선물 받은 날.


퇴근을 하고 만난 그 날 우리는 먼저 밥을 먹고 빵빵해진 위를 어루만지며 더 이상 위가 늘어나지 않길 바라는 소박한 희망을 품은 채 따뜻한 커피숍 안에서 노곤 노곤해지는 몸을 즐기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내용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지는 않았다.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가끔씩 웃으면서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때였다.


그가 갑자기 내 뒷목덜미를 잡으며 힘을 줘서 서로의 거리를 가깝게 했다. 그리고 한쪽 눈을 살짝 감으며 윙크하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오른쪽 눈을 내 입술에 갖다 댔다.

내 코에 그의 눈썹이, 내 입술에는 그의 속눈썹이 닿았다.

우리는 한동안 그렇게 있었다. 내 입술에서는 눈을 깜박깜박거리는 그의 속눈썹이 느껴졌다. 속눈썹이 입 안에 들어오지 않으려 (사실은 혹시라도 날 수 있는 입 냄새 방지 차원상) 꾹 다물고 있던 내 입술은 그가 멀어지고 난 다음에야 살짝 벌어지며 숨을 들이쉬었다.

난 물었다. “왜 갑자기 눈썹을?” 내 물음에 그가 고개를 살짝 위로 올리며 별일 안 했다는 듯 쿨한 눈빛을 보내며 세상 시크한 표정으로 (내 눈에는 따뜻하고, 다정다감해서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눈썹으로 입술 꼬집기”



티 내고 싶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좋아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나를 보면서 살짝 미소를 지은 그는 다시 내 목 뒤를 잡고 내 입술을 자신의 눈 쪽으로 당기며 말했다.



“이렇게, 눈썹으로 입술 꼬집기”



갑자기 벌어진 같은 상황에 황급히 다문 내 입술에서는 움직이고 있는 그의 긴 속눈썹이 온전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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