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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PA Apr 24. 2024

고도로 발달된 거지는 진정한 강자와 구분하기 어렵다



육식주의자의 호방한 식탁


어제 작가 친구를 만났다.

소박하고 온화한 사람이다.

친구가 내년에 환갑을 맞는다는 점이 남다르다면 남다르겠다.

내년 생파는 크게 챙겨드려야지!

 

어제 만남에서 친구는 나에 관해 두 가지에 놀랐다.

1. 내가 스스로 염색을 한다는 점.

(셀프 염색이 이리 놀라운 일인 줄 몰랐다.)

2. 내가 하루에 6천 보를 걷는다는 점.

그런데 그 장소가 집이라는 점.

(이것은 많이들 놀란다.)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작가님, 저는 사실 스님하고 경쟁하면서 살아요.

이판사판 공사판 스님 말고 진짜 스님이요.


그래서 머리털 깎고 염색할 돈으로 차라리 초콜릿을 사서 그 시간만큼 책을 더 읽어요. 그게 더 좋아요.

그런데 책을 앉아서 읽으면 잠이 쏟아져서, 걸으면서 읽어요. 한두 시간 정도.


아뇨, 집이 넓어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어차피 거실만 뺑글뺑글 도는 거라 집이 넓을 필요는 없어요.


그러자 친구는 내 일상을 궁금해 했다.


그냥 비슷해요.

아침에 6시에 일어나서 명상 한 시간 하고 운동 30분하고,

호밀빵 한 덩이랑 견과 구워서 책상으로 가져간 다음에

그걸 8시간 정도 오물오물 씹으면서 글을 쓰거나 강의를 준비하거나 대부분은 딴짓을 해요.

그러고 4시 쯤에 일어나서 다시 복근 운동을 하고, 물구나무를 선 후에 저녁 먹고 책 읽고 뺑글뺑글 돌다가 한 두시간 정도 더 써요. 그리고 자요.

아뇨, 주말에도요. 이렇게 약속 없는 날에는 매일.


“이 좋은 세상에 왜 그러고 살아요?”


작가님, 한 번만 스님하고 경쟁해보세요.

그러면요, 어쩌다 당근 라페같은 거 해먹잖아요? 그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오늘처럼 이렇게 좋은 사람 만나서 맛있는 거 먹잖아요? 그럼 그 짜릿함이 어마어마해요.


이 얘기를, 위스키와 샹그리아와 와인을 번갈아 마셔가며 했다.

실로 어마어마한 쾌락이었다.

그렇다, 이러려고 평소에 수행승처럼 사는 거다.


그리고 이렇게 살다 보면 재밌다.

음식을 직접하고 쓰레기를 안 만들고 겨울엔 춥게 살고 여름엔 덥게 사는 인생.

가스와 전기 따위에 의지하지 않는 인생.

종말이 와도 가래침 한 번 퉤, 뱉고 그냥 살던 대로 살 것 같은 인생.

비범해 보이고 좋다.

마치 진정한 강자가 된 것 같잖아.


그리고 내가 한 세대 가까이 차이 나는 작가님을 굳이 친구라고 부르는 이유는, 어젯밤에 이런 문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오늘 최고로 기뻤어요. 친구 해줘서 고마워요.”


스님처럼 살면 친구 없을까 봐 겁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걱정할 것 없다.

수행승만큼이나 소박하고 온화한 친구가 온다.

아니면 나를 불쌍히 여기는 귀인이 찾아오거나.


그나저나 이제 슬슬 돈을 벌어야겠다.

가난한 작가님께 너무 많이 얻어먹었다.

그리고 선영 작가님한테도.


참고로 스님처럼 살면 여기저기서 자꾸 구휼 사업을 벌여주시는 통에 빚이 더 많아진다.

다음엔 당근으로 줘요. 양배추로 갚을 테니.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423374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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