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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에세이] 인간과 짐승의 싸움

by NOPA

한 달에 한 번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 날이라서 아침부터 정신없이 끓이고 굽고 부치고 치우고, 치우고, 치우고를 반복했더니 반나절이 지나 있었다. 힘들었지만, 그래 봤자 따뜻한 집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배부르게 먹었을 뿐이다.


그 사이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눈을 맞으며 밤을 새웠고, 구호를 외쳤고, 아침과 점심까지도 거리를 지키고 있었다. 가족들이 돌아간 후 뉴스를 보고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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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번, 비 오는 날 시위를 한 적이 있었다. 비가 왔으니 오늘보단 기온이 높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한 시간이면 충분했다. 온몸이 자동인형처럼 달달달 떨리기까지 걸리는 시간.


그 자는 따뜻한 곳에서 퍼진 엉덩이를 데우고 있을 때 내 몸은 왜 이 차가운 돌계단 위에서 함부로 취급되고 학대받아야 하는지,

인간의 몸이란 대체 왜 이리 유약하고 남루하여 쉽게 고통받는 것인지,

어느 누구도 길거리에서 잠들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덜덜 떨리는 사지를 간신히 움직여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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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제는 영하의 날씨에 눈까지 내렸다. 그런 날씨에 도로에서 밤을 새우다니. 이들은 자신의 몸을 건 것이다. 5천만 모두에게 눈곱만큼씩 돌아가느라 정작 자기한텐 떨어지는 게 있는지 없는지 보이지도 않을 민주주의를 위해.


이런저런 것들을 재고 따지는 나로서는 저렇게 남김없이 바쳐지는 마음을 도무지 헤아릴 수가 없어, 사진을 보자마자 왈칵 눈물부터 맺혔다.


그의 배에 심지를 꽂아 며칠을 태우고 싶었다. 그 불로 사람들의 손도 녹이고 언 발도 녹여 몸 안에 똬리를 틀었을 그 지독한 한기를 남김없이 데워주고 싶었다.


동탁이 그랬던 것처럼 크고 기름진 그 역시 다 타기까지 수일은 걸릴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모두 온기를 되찾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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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정당은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유명인은 빨갱이 몰이를 하고, 한남동 주민은 자신의 삶이 침범당했다고 짜증을 부리고, 당근에는 탄핵반대 집회 알바 모집 글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악과 무지와 천민 자본주의는 뿌리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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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다 한들, 이길 수 있겠나? 몸을 걸고 싸우는 사람들을? 그 천한 마음으로?


진보와 보수의 싸움도 아니고, 빨갱이와 친일파의 싸움도 아니고, 그냥 인간과 짐승의 싸움 같다.



KakaoTalk_20250105_194435586_10.jpg?type=w1 시위를 못 나가면 후원으로 빚을 갚는 방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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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711414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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