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노파에세이] 최악의 아랫집 인간

by NOPA


윗집 아이가 밤마다 뛰는 소리에 너무 괴롭다고 했더니 아빠가 윗집 사람들에겐 내가 최악의 아랫집 사람일 거라고 했다.


텔레비전도 없지, 출퇴근을 하는 것도 아니지, 허구한 날 집에 틀어박혀 읽고 쓰면서 주변 소음 다 듣고 있는 사람이 아래층에 사니, 얼마나 괴롭겠냐, 저 사람들도.


KakaoTalk_20250106_155855446_01.jpg?type=w1


갑자기 아빠가 천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메가커피 출입문 옆자리에 앉아서 ‘수더분함’을 훈련하는 중이다.


우리 동네 메가 커피는 출입문 안쪽에 고정장치가 있어 문이 닫힐 때마다 쾅쾅 소리가 나는데, 지금 그 소리를 세 시간째 들으며 뭔가를 쓰는 중이다.


훈련이 성공하면 나는 한 달 안에 ‘뭔가’를 마무리하고 수더분한 인간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고, 훈련이 실패하면 일산에는 초 예민 인간말종이 하나 더 추가되는 것이다.


KakaoTalk_20250106_155855446.jpg?type=w1

*

가끔 사람이 나갔는데도 문소리가 안 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고개를 들어보면 누군가 애써 문을 잡고 조심스럽게 닫고 있다.


그들의 얼굴을 꼼꼼히 살핀다. 아저씨도 있고, 학생도 있고, 여자도 있고, 남자도 있고. 나의 ‘수더분함’ 훈련을 성공으로 끌어줄 얼굴들.


시작이 좋다.

최악의 아랫집 인간만은 면해야지!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715498250

#노파의글쓰기 #어느날글쓰기가쉬워졌다 #글쓰기 #글잘쓰는법 #노파 #김수지작가 #에세이 #문해력 #어휘력 #북스타그램 #책리뷰 #서평 #감성글 #층간소음 #예민보스 #수더분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7화[노파에세이] 인간과 짐승의 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