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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루슈디의 <나이프>와 이상한 사고

by NO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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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살만 루슈디가 피살당했다는 뉴스를 듣고 결국 그렇게 됐구나, 라고 생각했다. 곧바로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을 땐 역시 그는 너희 같은 게 죽일 수 없는 사람이다,라고 확신했다.


살만 루슈디는 무려 35년 동안 살해 협박에 시달려왔다. 그것도 이란 종교지도자의 공식적인 칙명, 파트와를 통해.


모든 것은 1988년에 출간된 <악마의 시>에서 출발했다.


이 책이 모하메드를 모욕했다며 이란은 살만 루슈디를 보호하는 영국과 국교를 단절했고, 이슬람 종교지도자는 살해 명령을 내렸으며, 일본에서는 책의 번역가가 살해당했고, 이탈리아와 노르웨이의 번역가는 각각 칼에 찔리고 총에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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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프>는 파트와가 내려진지 35년 후인 2022년에, 살만 루슈디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칼로 난자당했을 때의 경험을 쓴 회고록이다.


이 일로 그는 오른쪽 눈을 실명했고 팔에는 장애가 남았으며 사진에도 뺨과 목에 남은 상처를 확인할 수 있을만큼 심각한 후유증을 얻었는데, 말투는 여전히 유쾌했다.


나의 일부-내면 깊은 곳에서 싸우던 어떤 부분-에게는 죽을 계획이 없었고, 오히려 미래에 열쇠와 카드를 다시 사용할 의지가 가득했던 것 같다. 나의 그 부분은 자신이 가진 의지력을 전부 동원해 미래의 존재를 고집스럽게 주장했다. .... 살아, 살아.


한가지 이상한 점은, 그는 몸이 난도질 당하던 순간의 고통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데, 당시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그가 고통으로 울부짖었다고 증언한 부분이다.


이에 관해 살만 루슈디는 그 순간 자신의 외부적 자아와 내부적 자아의 연결이 끊어져서 그랬을 거라고 추측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나의 오랜 궁금증 하나가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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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그것은 굉장히 이상한 사고였다.


먼저 사고를 당한 순간 앞뒤로 몇 시간의 기억이 전혀 없었다. 친구와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잠깐 바람을 쐬러 나왔는데 눈 떠보니 병원 응급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중에 경찰서에서 CCTV를 확인해보니 내가 빨간 불이 켜진 8차선 대로를 그대로 내달리고 있었다. 그러다 일곱 번째 차선에서 SUV에 받혀 부웅 날아가 머리부터 떨어졌는데, 1월이었고, 아스팔트 바닥이었다.


뇌진탕이 왔고 팔이 부러졌으며 두피와 간도 좀 찢어졌고 다리도 뭐가 잘못되어 한동안 걷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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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대체 내가 왜 차도로 뛰어들었을까, 라는 질문을 오랫동안 품어왔는데, 나의 외부적 자아와 내부적 자아의 연결이 끊어져서 그랬나 보다.


나의 외부적 자아는 늘 삶이 종료되길 바랐고, 내부적 자아는 어떻게든 살아내길 원했다.


어른이 된 후론 늘 그래왔던 것 같다.

사는 건 힘든 일이니깐.


*

어쨌든 살만 루슈디도 살았고, 나도 살았다.

살았으니 쓴다.

칼에 찔려도 살고, 차에 받혀도 살고, 돈 없어도 살고, 아파도 살으라고.

살아, 그냥 좀 살으라고! 외치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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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74904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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