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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에세이] 바닥에서의 삶

by NO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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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바닥에 대해 생각한다.

운이 바닥까지 내려갔을 때의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하는 생각.


노숙이야말로 사람이 취할 수 있는 삶의 형태 중 가장 바닥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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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무료 급식을, 식탁이고, 의자고, 아무것도 없는 길거리에서 한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그러나 사람들은 땅바닥에서 식사를 하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상태에서 공짜로 밥만 먹을 수 있다면, 그쯤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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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주머니에 다들 십만 원 정도는 들고 나오는데, 밥 몇 번 사 먹으면 십만 원이 금방 몇천 원이 되고, 그 몇천 원은 라면 몇 번 사 먹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러면 그때부터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진다고 했다. 사람이 사나흘씩 굶으면, 그까짓 것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되므로.


그래서 노숙인들이 도시에 사는 것이다. 시골보단 도시에 먹을만한 음식물 쓰레기가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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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텐트에서 생활하던 환갑의 남자가 종교 단체의 도움으로 두 평 남짓한 숙소에 머물 수 있게 됐다.


오래된 여관방을 개조한 숙소라 낡고, 비좁고, 현란했다. 공짜로 머물라고 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싶은 그런 방.


그러나 남자는 그 방에 누워 자신에게 주어진 이 모든 행운에 기뻐하고 감사했다. 얼른 몸을 회복해서 다시 일하겠다는 야무진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어디서 일을 구할 수 있을까? 그 방엔 죽을 때까지 머물 수 있을까? 더 나이가 들고 이제 방에서도 나가라고 하면, 남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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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50대 실직자들에 대한 다큐를 봤다.


희망퇴직을 당해 퇴직금 2억 정도 받은 거로 집 대출금 갚았더니 생활비가 없다고 했다.


자격증을 따도 재취업은 어렵고, 국민연금은 나와봐야 돈 칠십도 안 되니 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다고 했다.


호사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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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닥으로 떨어지면 지리산으로 들어가야지.


버려진 암자나 동굴에서 혼자 살면서 산나물을 캐 먹고 열매를 따 먹고 가끔씩 내려와 남의 집 감자도 훔쳐먹을 생각이다.


그러다 모든 게 지겨워지면, 곡기를 끊고 죽음을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죽자마자 또 태어나겠지. 나는 불자니까.

또 살아갈 그 삶이 벌써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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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74749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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