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회가 끝나고 일어서기 싫어서 잠시 눈 감고 앉아 있었더니 다들 조심조심 나만 두고 다 나가버렸다.
이 선원에선 참선하는 사람을 집안에 한 명 있는 고3 대하듯 애지중지 여기는 분위기가 있는데,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나만 빼고 나가면, 식구들 다 나간 집에서 홀로 깬 기분이란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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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가 끝나면 다과를 주는데 오늘은 빵과 만두와 딸기가 나왔다. 얻어먹었으니 설거지를 했다. 역시 ‘젊은 사람‘이 들어와서 좋다고 하셨다.
마흔줄에도 젊은이 취급을 받고 싶으면 절에 가면 된다. 육십갑자 한바퀴는 돌고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라 사십은 애기다.
대신 젊은이답게 눈치껏 노동력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면 테이블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사람들을 관찰하고 기록할 때도 당당할 수 있다.
그렇게 혼자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어도 누구 하나 뭘 쓰는 거냐고, 무슨 일 하냐고 묻지 않는다. 내가 가장 원하던 밀도의 방임이다.
윗집 어린이도 나를 좀 방임해주면 좋겠다. 요즘 어린이가 내 삶을 너무 침범하여 출가하고 싶어졌다. 출가 사유가 층간 소음인게 좀 그렇긴 하지만.
그럼 층간 소음으로 고통받는 불자를 위로해줄 수 있다는 장점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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