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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에세이] 뱉은 말 주우러 지리산에 갑니다

by NOPA


이번 달 칼럼, <‘시끄러운 고독’과 글쓰기>가 올라왔습니다.



칼럼 말미에 ‘지리산으로 들어간 여자’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소설 이야기를 조금 적어두었습니다.


“저는 요즘 인간적인 것을 지키기 위해 지리산으로 들어간 여자의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삶에서 고작 두어 번의 불운이 겹쳐졌을 뿐인데, 여자의 수중엔 어느덧 한 푼도 남지 않게 됐습니다. 배가 무척 고팠지만 차마 음식물 쓰레기 통을 뒤질 수 없었고, 노숙인 텐트촌에선 인간성을 벗어버린 짐승 같은 이들을 보게 됩니다. 그때 여자는 결심합니다. 차라리 산으로 들어가자고. 언젠가 한 번은 가보고 싶었던 화엄사 홍매화가 있는 지리산으로.”


사실 제가 ‘지리산 여자’에 대해 쓴 거라곤 이게 전부입니다. 원래 일은 이렇게 벌이는 겁니다. 일단 말을 뱉어놓고, 주워담는 건 그 다음에 하는 것이지요.


화엄사 홍매화


*

그래서 얼마 전부터 친구들한테 봄에 구례로 이사 간다고 말을 뱉기 시작했습니다.


뱉었으니 주워 담기 위해 며칠 전부터 구례에 집을 알아보는 중인데, 때마침 지리산 자락에 있는 집이 한 채 나왔습니다. 우라!


흥분이 지나자 이내 산에서 혼자 살던 여자들이 겪었던 비극적인 사건들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선구자들이 조언하기론, 여자 혼자 산에서 살려면 저이가 남잔지 여잔지 알 수 없게 하고 다녀야 한다고 했습니다. 체구가 너무 작으면 얼굴에 똥을 묻히고 다니라고도 했습니다.


그거라면..! 하는데 월세에서 막힙니다. 보증금 2백에 매달 20만 원.


집에 들어가는 돈이 그거 하나면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이지만, 저는 집값이 폭락하여 팔지도 못하는 아파트 대출금도 겨우 갚고 있는 처지입니다.


비상용 적금은 크라운 치료받을 때 이미 깼습니다.


내가 ‘지리산 여자’를 쓰러 가는 거지, 되러 가는 것이 아닌데... 제길, 어금니!


*

그래도 뭔가 새로운 일을 꾸미고 있다는 생각에 엄청 설렙니다.


지난주만 해도 층간소음 때문에 죽고 싶었는데 이번 주엔 무척 살고 싶습니다. 이래서 죽고 싶어도 꾸역꾸역 살아야합니다.


*

칼럼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mygoy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8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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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75646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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