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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의자포U Oct 27. 2024

15. 다만 참고 견디는 것이, 인내가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의 교육은

사색하고, 인내하는 능력을

최대한 억누르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 비트겐슈타인



수업 시간 중 학생들에게서 ‘아!’하는 감탄의 소리가 들릴 때가 있습니다. 마침내 학생들이 이해하게 된, 교사로서 더없이 행복한 순간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자주 들을 수 없습니다. 여러 조건이 갖춰져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질문을 던집니다. 질문이 학생들의 흥미를 자극하면 눈빛이 달라집니다. 이때부터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답을 헤매는 학생들의 얼굴이 찡그려집니다. 저는 학생들의 얼굴을 웃으며 바라봅니다. '너희들은 결국 답을 찾게 될 거야.'라는 신뢰의 웃음입니다.


흥미가 식지 않도록, 중간중간 학생들의 머리를 간지럽히는 힌트나 추가 질문을 던집니다. 그렇게 한참을 밀당을 하다 보면 마침내, 한두 명의 입에서 ‘아!’하는 감탄이 터져 나옵니다. 그 소리가 나올 때의 행복감이란!


헬스장에서도 이런 소리들이 들릴 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몸을 한계까지 밀어 붙어야만 나오는 소리. 스스로의 힘으로 끝까지 밀어붙였을 때 마침내 터져 나오는 소리입니다.


이런 소리들을 김종원 작가는 ‘경탄의 소리’라고 말하며, ‘경탄의 언어를 사용하면, 그냥 놀라고, 지나가는 모든 순간을 깨달음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어서 성장의 크기를 확장할 수 있다.’라고 합니다.


경탄의 소리는 나라는 그릇이 넓어지는 소리입니다. 내 안에 담기 힘든 것을 담기 위해 자신의 그릇이 넓어지는 소리입니다. 인내하고 인내하며, 채우며 밀고 나갈 때 마침내 터져 나오는 소리입니다. 그러므로 경탄의 크기가 곧 성장의 크기입니다.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작은 체구의 아내의 배가 그토록 커질 수 있음에 놀랐습니다.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내의 배에는 임신했을 때 살이 터졌던 흔적이 훈장으로 남아 있습니다. 생명을 품었던 흔적입니다. 아이가 안전한 뱃속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품을 수 있는 한계까지 참고 또 참았던 인내의 흔적입니다. 덕분에 아이는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화살을 쏘려면 활시위를 힘껏 뒤로 당겨야 하며, 높이 뛰려면 무릎을 한껏 구부려야 합니다. 밤이 깊을수록 별이 빛나고, 혹독한 겨울이 있기 때문에 봄이 그토록 아름답습니다. 아픔 없이 어떻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이제는 더 이상 못하겠어.’, ‘도저히 못 참겠어.’, ‘절대 용서 못 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바로 물이 끓기 직전의 순간입니다. 바로 이 순간, 딱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면,  

딱 한 번 숨을 깊이들이쉴 수 있다면, 딱 한 번 참을 수 있다면. 마침내 경탄의 소리와 함께 활짝 피어나는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아픔 없이 좋은 사람이 될 수 없지만, 아프다고 무조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픔은 때론 우리를 병들게 합니다. 쇠는 담금질을 통해 더 단단해지지만, 담금질을 통해 망가지기도 합니다. 인내하는 시간만큼이나 인내하는 자세가 중요한 까닭입니다. 


다만 참고 견디는 것이, 인내가 아닙니다. 아픔을 통해 성장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자세로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할까요?


부패와 발효는 모두 시간이 만드는 결과입니다. 그 시간이 유해균을 키우면 부패가 되고, 유익균을 키우면 발효가 됩니다. 발효가 일어나게 하려면 유익균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은 유해균의 편입니다. 결국 부패하게 됩니다.


다만 참고 견디는 것이, 인내가 아닙니다. 내 마음에서 유익균이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유익균이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시간을 견뎌내는 것, 그것이 인내입니다.


발효를 위해 유익균을 키워나갈 때 중요한 것은 온기와 습도입니다. 내 마음에도 온기와 습도를 유지하는 언어를 심어야 합니다. 정말 견디기 힘들 때 자신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있나요?


‘이제는 더 이상 못하겠어.’, ‘도저히 못 참겠어.’, ‘절대 용서 못 해.’ ‘망했어. 이제 끝이야.’ 가뜩이나 힘든 나에게 이 차갑고 건조한 말들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지는 않나요? 이런 말들을 계속 들으면서 과연 내가 견딜 수 있을까요?


저는 정말 힘들 때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을 겁니다. ‘힘들어 미치겠어. 그래 힘들 수밖에 없지. 어떻게 힘들지 않을 수 있겠어. 일단 살아만 남자. 일단 견디기만 하자. 그래 괜찮아, 결국은 지나갈 거니까, 결국은 좋아질 거니까.’


이 마음을 줄여서 주문처럼 되뇌입니다. 내 마음의 유익균을 키워줄 이 따뜻하고 촉촉한 말들을 반복합니다.


“괜찮아. 지나가. 좋아져”

“괜찮아. 지나가. 좋아져”

“괜찮아. 지나가. 좋아져”


이렇게 시간을 견뎌나가면, 마침내 잘 발효되어 아름다운 빛깔과 향을 가진 포도주가 완성됩니다. 이런 긍정의 언어들을 품고 꾸준히 나아간다면, 시간은 나의 삶을 아름답게 발효시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툭 터져 나오는 향긋한 소리, 경탄의 언어를 쏟아내게 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에게 긍정의 언어를 말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인생은, 결국, 아름답습니다.



<4음절 정리>


인내하는 삶의태도

우리마음 성장시켜

마음그릇 넓어지는

경탄소리 나게하네


공부할땐 답을찾아

끈질기게 고민하고

운동할땐 몸의한계

있는힘껏 밀어가면

어느순간 터져나는

아~!하는 경탄소리

내맘그릇 커져가는

아름다운 소리일세


배에아기 품느라고

뱃살터진 그흔적이

있는힘껏 생명품고

인내했던 훈장이니

아픔없이 어찌좋은

사람될수 있을랑가


이젠못함 더못참음

용서못함 이런생각

경탄소리 피어나기

바로직적 순간이라

밤이깊음 별이밝고

겨울추움 봄빛나니

아픔없이 어찌좋은

사람될 수 있을랑가


부패발효 시간가면

이뤄지는 일이지만

유해균은 부패하고

유익균은 발효하니

좋은환경 조성해서

유익균이 성장해야

발효향기 널리퍼져

향기로운 인생되네


괜찮아유 지나가유

좋아져유 주문외며

내마음의 유익균을

키워주는 말을하면

인내했던 시간들이

아름답게 꽃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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