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하는 게 괴로워도,
상식 속으로 도망치지 마라.
살아있는 한 수많은 문제가
당신 앞에 펼쳐질 것이다.
문제와 정면으로 맞서서 해결하라.
- 비트겐슈타인
나의 문제이든 관계의 문제이든 일과 관련된 문제이든. 이따금씩 삶이 던져주는 문제가 너무도 어려워 마치 거대한 벽 앞에 서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리저리 벽을 두드려 보지만, 도무지 열리지 않는 단단하고 거대한 벽 앞에서 작고 무기력한 자신을 확인할 뿐입니다.
작고 초라한 자신을 만나는 것이 반가울 리 없어, 결국 벽을 등지며 이렇게 말합니다.
“이 벽을 넘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닿지 않는 포도를 등지고 돌아서며 “저 포도는 시어서 먹지 못할 거야.”라고 말했던 여우처럼요.
혹은 씁쓸한 표정으로 자신을 합리화하며, 불편하지만 익숙한 자신의 동굴 속으로 숨어버립니다.
“난 안 돼.”
좀처럼 풀기 어려운 삶의 과제를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문제는 내가 가진 사고방식, 생활 방식에 의해서 생겨난 문제입니다. 기존의 상식과 삶의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풀 수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하는 게 괴로워도, 상식 속으로 도망’쳐서는 풀 수가 없습니다. ‘문제와 정면으로 맞서’야 합니다.
왜 우리는 힘겨운 문제 앞에서 정면으로 맞서지 못하고 자꾸 상식 속으로 도망치게 되는 걸까요?
추두부탕(鰍豆腐湯)이라는 요리가 있습니다. 요리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솥에 물을 붓고 크게 썬 두부 몇 덩어리를 넣는다. 솥에 미꾸라지를 넉넉하게 넣는다. 솥 아래에 불을 때면 솥은 점점 뜨거워지고, 미꾸라지는 열을 피해 두부 속으로 들어간다.
계속 불을 때면 결국 두부 속에서 미꾸라지도 익는다. 두부를 꺼내 그 속에 박혀 있는 미꾸라지와 함께 썰어서 기름에 지진다. 다시 탕에 넣고 끓인다.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을 피해 차가운 두부 속으로 들어간 미꾸라지는 결국 두부 속에서 익어버립니다. 차라리 뜨거운 물에 던져졌으면 뛰쳐나가려 발버둥이라도 쳤을 텐데, 그럴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점점 뜨거워지는 두부 속에서 서서히 서서히 익어버렸습니다.
작가 부아c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지옥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가장 무서운 지옥은 '견딜 만한 지옥'이다. 상황은 조금씩 나빠지고 있는데 '견딜 만큼만' 힘들어서 탈출할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뜨거운 물을 피해 두부 속으로 숨어버렸지만 결국은 두부 속에 갇혀 버린 미꾸라지처럼, 탈출조차 꿈꾸지 못하고 지옥의 일부가 되어버리기에 ‘견딜 만한 지옥’은 가장 무서운 지옥입니다.
사람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 불편하더라도 익숙한 것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현상 유지 편향’이라고 하는데, 변화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현재 상태가 비효율적이거나 문제가 있어도 그 상태를 유지하려는 행동을 합니다.
즉 익숙한 비효율과 낯선 효율, 익숙한 불편함과 낯선 편리함 중에서 익숙한 비효율과 불편을 선택한다는 겁니다. 익숙한 지옥과 낯선 천국 중에서 지옥을 선택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익숙하다고 비효율이나 불편 속에 안주한다면,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서서히 우리 자신이 문제의 일부가 되어버립니다.
상식의 두부 속에서 익어가는 미꾸라지가 되지 않으려면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야 합니다. 벽 앞에서 등을 돌리는 대신, 다시 한번 벽을 두드려야 합니다.
“해보기는 해봤어?”
현대 그룹의 왕(王)회장이라고 불렸던 고 정주영 회장이 자주 한 말입니다. 그는 본인의 지시에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하는 부하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해보기는 해봤어?”
정주영 회장의 개척정신과 도전 정신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 하나를 소개합니다.
1953년 1월,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일입니다. 미군은 부산 유엔군 묘지를 푸른 잔디로 단장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다들 1월 엄동설한에 잔디를 심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정주영 회장은 유엔군 묘지 녹화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습니다
겨울에 구할 수 없는 잔디 대신 겨울 들판에 자라고 있는 푸른 보리싹을 옮겨 심어 하루아침에 유엔군 묘지를 푸른 잔디밭으로 바꿨습니다. 미군은 이와 같은 아이디와 실행력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이후 지속적으로 미군 사업을 수주하면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삶이 거대한 벽처럼 느껴지는 그 순간에도, 삶의 벽 곳곳에는 이처럼 숨겨진 문이 있습니다.
삶이 숨겨둔 문은 결코 상식 속으로 도망쳐선 찾을 수 없습니다. 내 상식의 바깥에 숨겨진 문이 있습니다. 가장 대면하기 꺼리는 곳에 성장의 열쇠가 있습니다.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진일보(進一步) 하라.’라고 했습니다. 100척이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서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라는 말입니다. 1척이 약 30cm 정도 되니, 30m 높이의 아찔한 장대 위에서 오히려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라는 말입니다.
그 높은 장대 위에서 버티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위태로운데, 그 상황에서 오히려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라고 합니다. 죽으라는 말인가요?
나의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 그만큼 힘들다는 의미겠지요. 내가 가진 상식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힘들면 ‘백척간두 진일보’라고 했을까요?
어떻게 하면 백척간두에서 진일보 할 수 있을까요?
예전에 백일 출가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백일 출가의 명심문이 “방긋 웃으며 예 하고 합니다.”였습니다.
명심문이란 생활의 기준이 되는 말입니다. 항상 일을 할 때면 ‘방긋 웃으며 예하고 합니다.’라는 명심문을 3번 하고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명심문을 가진다고 명심문대로 살아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아니, 이 상황에서 어떻게 방긋 웃을 수 있어?.’
‘이런 말을 듣고 어떻게 방긋 웃을 수 있어?”
오히려 명심문에 어긋나는 자신의 생각, 행동이 잘 드러납니다. 명심문이 거울이 되어 지금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도저히 아니잖아!’라며 명심문을 집어던지고 싶은 순간들도 찾아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심문을 기준 삼아, 불편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돌아보며 생활합니다. 그렇게 백일이 지나면, 어느새 명심문을 닮아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머리로는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는데, 몸은 방긋 웃으며 이미 움직이고 있는 자신을 볼 때의 그 전율!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발걸음이 쓱 하고 나가는 경험을 했을 때의 그 상쾌함!
딱 한 걸음이 보여준 새로운 세상의 풍경이었습니다.
다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백척간두에서 진일보 할 수 있을까요?
하려고 하면 방법이 보이고, 하지 않으려고 하면 변명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백척’의 높이 대신에 ‘일보’, 딱 한걸음에 시선을 집중해 봅니다.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지옥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상식의 두부 속에서 익어가는 미꾸라지가 되지 않으려면 결국 우린 선택해야 합니다. 걸음을 내디뎌야 합니다.
딱 한 걸음,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그 걸음을.
삶의문제 맞이해서
상식으로 도망마라
두부속에 잠시숨어
잠시모면 하더라도
결국에는 익어버린
미꾸라지 같이되리
내가가진 상식으로
나의문제 풀수없네
나의상식 벗어나야
숨겨진문 볼수있고
대면하기 힘든곳에
성장열쇠 있다하네
백천간두 진일보가
죽을만큼 힘들지만
힘든문제 해결하고
지옥에서 나가려면
결국선택 해야하고
결국걸음 디뎌야해
세상가장 멋진걸음
더도말고 딱한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