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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답정킴 Sep 17. 2021

서른넷, 아직도 이상형 따지냐고요?

그럼요 당연하죠 네네 chicken

어떤 사람 좋아해?



한참 연애에 눈뜨던 이십대에는 이런 질문이 일상이었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

이상형을 묻는 질문을 거의 일주일에 한 번은 하고 들었다.


삼십대가 된 이상, 이상형을 묻는 질문은 별로 하지 않는다.

이제 이상형이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조건을 만족해야하는가가 중요해진다.


그 둘의 차이점은

속물적인가, 낭만적인가가 아니다. 


이상형은 내가 원하는 가장 좋은 조건을 이야기 했다면,

지금은 최소한으로 내가 보는 필요조건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야, 니 나이에 뭘 따져"

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은 결혼이 필수인 시대가 아니지 않나.

물론 결혼을 하고 싶고, 가끔은 결혼을 못 하는 게 아닐까 걱정도 되지만.

그게 그렇게 크게 문제되진 않는다.


그런 말이 있다.

사람 잘못 만나서 망한 사람은 있어도, 사람 못 만나서 망한 사람은 없다.


누구든지, 내게 해가 되는 사람과 평생을 보내는 것보다

해하는 사람없이 혼자 사는게 낫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최소의 조건을 따지게 된다.






1. 개그코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개그코드"다.

이건 내가 첫사랑을 시작하던 20대부터 쭉 이어져온 것인데,

기본적으로 영원한 사랑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영원한 사랑"에 대해 믿음이 없었다.

공주와 왕자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와 같은 결말은

모든 굴곡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살아가면서 나도 엄마아빠가 미울 때가 있고,

엄마아빠도 내가 미울 때가 있다.

하물며 남인 상대방은 어떻겠는가.


사랑이 식어도 만남이 지속되려면,

그 만남 자체가 즐거워야 했다.

농담하는 것을 좋아하고, 재미난 걸 좋아하는 나는

그 부분에서 잘 맞아야 했다.


그래서 대부분 나는 나와 함께 소소하게 장난치고 놀 수 있는 사람을 좋아했다.





2. 사고가 열려있는 사람일 것.


사실, 개그코드가 맞다는 것은 재미있음 이외의 더 넓은 부분을 의미한다.

나와 그가 재미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같은 베이스 위에 있어야 한다.

혐오 발언을 지양해야하고, 그런 것에서 재미를 느끼지 않아야 한다.

누군가를 까내리는 것으로 재미를 찾지 말아야하며,

재미를 위해 무언가를 희생시켜서는 안된다.


그런 재미에 대한 요소들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사고의 방향이 비슷해야 한다. 


그것을 좀 더 넓게 표현하자면,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반항아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네하면 이게 왜 네여야만 하는가 의문을 가진다.

그런 당연한 것들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을 좋아한다.

무조건 그러니까 그런 게 아니라, 이유를 알고 믿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야만 서로 대화가 통한다.

질문이 많은 나와 같이 질문을 하는 사람은

같이 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외의 조건들.


사실, 그 외에 꼭 필요한 조건이란 건 없다.

이러면 좋고, 저러면 더 좋고, 그런 것들은 누구나 있겠지만,

그것으로 사람이 맘에 들거나 맘에 안 들거나 하진 않는다.


내가 보통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것이 서른이 넘은 나의 이상형이다.

어쩌면 어렸을 적의 이상형보다 더 간소하지만 더 어려워졌다.


나는 삼십년간 나의 모양으로 더 단단해졌고,

그것을 함께 깨어가거나, 함께 뭉쳐갈 사람이 필요해졌으니까.

그런 사람을 찾는 것은 키가 180이 넘고, 얼굴이 잘 생긴 사람을 찾는 것보다 어렵다.





서른의 만남이 어려워진 것은 그런 이유다.

이제 연애는 지겹다.

연애의 경험치는 이미 20대에 충분히 쌓았고,

어떤 사람이 나와 맞는지 안 맞는지를 알고,

어렸을 때처럼 사랑에 순식간에 빠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내가 너무 좋아서 빠질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서른이 넘어서도 연애가 어려워지는 것은

불가능한 것을 더 믿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건 어쩌면 이런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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