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최애는.. 두구두구
요즘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유행이다.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는 줄여서 '스우파'라고 부르는데,
힙합이나 크럼프, 락킹 등 댄스 전문가들이 크루별로 나와서
대결을 붙고 탈락자와 승자를 가리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댄스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댄서 중 아는 사람은 '아이키'뿐이었고,
단지 '아이키'를 보기 위해서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그런데, 이거 꽤나 재미있다.
일단 멋있는 언니들이 나와서 멋있게 춤추는 것부터 치인다.
덕통사고는 이럴 때 쓰는 말인가.
그렇게 쎄게 맞고, 매주 보고 재방 보고 삼방 보고, 짤까지 챙겨보는
스우파 쳐돌이가 되었다.
멋있으면 다 언니라지만,
실제로 삼십사세의 나에겐 언니가 별로 없었다.
나보다 더 쎄보이는 언니들도 실로 언니가 아니었고,
언니라고 부르고 싶은 '아이키'도 언니가 아니었다. :'(
예능을 보며 이렇게 나이가 들어버린 게 실감이 되었다.
언니 멋져요, 를 외치다가 금세 동생 멋져요, 라고 바꿨다가
결국 멋있으면 다 언니야, 를 외친다.
아니, 90년대 후반에서 00년대 태어난 애기들이
지금 저렇게 멋있다고? 무족권 언니네.
나는 의리파여서 한번 찍은 팀을 쭉 좋아하는 편인데,
그래서 나의 최애 PICK은 아이키가 있는 HOOK이다.
(덕심에 처음으로 색깔 써봄)
요즘 내 유튜버에 자주 뜨는 썸네일이 있다.
바로 '내 친구 순이'라는 채널이다.
스우파의 "프라우드먼"에 속해있는 댄서 립제이의 유튜브다.
아직 보진 않았지만, 자꾸 뜨는 걸 보아 운명적으로 봐야할 것만 같다.
아무튼,
립제이는 나와 유일하게 나이가 같은 참가자다.
거기서 립제이 외 두명이 유일하게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
프로그램에서도 거의 선생님급으로 대접받고 있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의 나이를 자꾸만 실감하게 된다.
나도 어떤 장르에서든 저렇게 무언가를 이뤘어야 했는데,
하는 한탄같은게 바로 따라온다.
구직을 해서 교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내 일을 잘 해서 교수가 되는 것이 목표였는데
나는 구직자에 아직도 미등단 작가다.
언니들이 멋있을 수록,
더 어린 언니들이 또 멋있을 수록,
한 없이 작아지기만 했다.
나는 왜 여기서 멈춰있는 걸까.
정말 소수의 재능이만 저런 자리에 있는 걸까.
아니면 정말 피땀을 흘리지 않아서 나는 이 자리인가.
모든 문제는 나에게로 환원된다.
내가 그냥 모든 주인공을 받쳐주는 NPC라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다.
바보같았다.
서른이 넘고, 아무 성공도 하지 못해놓고
아직도 NPC*임을 인정할 수 없는 삶이라니.
이런 고민이 삶을 넘어뜨리지 않을 정도로만 휘몰아쳤다.
다시 태어난다면, 글은 쓰지 않을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 게임에서 주인공에게 정보를 전달하며 한 자리에만 머물고 있는 캐릭터 non-player character의 줄임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