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기가 막힌다.
제목은 진짜 이렇게 지어야 한다.
정말 제목 하나만 보고 고른 이 책.
작가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책에 대한 그 어떤 흘려들음도 없었던 이 책을 내가 고른 건
정말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다.
내가 사랑한 것들은 모두 나를 울게 한다.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읽을 때마다 가슴이 저려온다.
내가 사랑한 것들은 모두 나를 울게 한다. 정말 너무 비참하지 않은가.
나는 사랑을 주었는데 왜 내가 받는 건 눈물이어야 하는 걸까.
나는 주로 시를 쓰지만 시집을 많이 읽는 사람은 아니다.
시를 특별히 안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1년에 많으면 3-40권 적어도 2-30권의 책은 꼭 읽으면서도
시집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찾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제목에 이끌려 시집을 읽게 된 경우는
복이고 기회고 운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건, 내가 모르는 시인들이 참 많구나. 그리하여 내가 모르는 시들을 읽으며
슬퍼하고 기뻐하며 글을 쓰는 사람도 참 많구나. 하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아쉬운 건, 이 책이 시집인지 수필집인지 잘 구분이 안되었다는 것이다.
시집이라고 시만 담겨있으면 그것도 마음에 깊이 남지 않겠지만 이 책처럼 시 한 편에
미완성된듯한 수필과 쓰다만 듯한 시 해석이 동반되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하는 느낌이
첫 장을 넘기면서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가시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작가 덕분에 마음을 흔들었던 시 몇 편을 또 저장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한마음도 가득하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 아픔이 출렁거려 늘 말을 잃어갔다.
이 구절이 왜 이렇게 마음에 와 닿았을까. 누굴 사랑하며 원 없이 눈물을 쏟아낸 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마음이 아려와서 읽고 또 읽었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게 우는 날이 많았었다. 아픔이 출렁거려 늘 말을 잃어갔다.
작가를 그렇게도 우는 날을 많이 선물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이건 진짜 작가의 마음일까.
그 많은 눈물이 담겨있어 그저 읽어 내려간 내 마음도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아내야 할 것같이 만드는 걸까.
한동안 오래 기억에 남을 구절.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게 우는 날이 많았었다. 아픔이 출렁거려 늘 말을 잃어갔다.
(임창정의 "힘든 건 사랑이 아니다"를 들으며 읽으니 한층 더 슬프다.)
충주교육청에서 근무할 때 마당에 정말 큰 목련나무가 있었다.
이 시를 읽는 동안 웅장하니 아름다웠던 목련나무와 모든 꽃잎이 떨어져 밟혀 처참하기 그지없었던
모습이 동시에 떠올랐다.
미친 사랑의 증거가 저리 남았대서 두려운가.
나의 영원한 첫사랑 다온이를 품고 있던 내게 밟혀 짓이겨진 목화 꽃잎의 모습은 두렵기보다는
미치도록 쓸쓸하게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지금 이 순간 처참한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듯한
그 목련나무를 보러 한 번쯤은 다시 가보고 싶다. 언젠가는.
나는 어부바를 못하는 엄마다.
우리 엄마는 어부바를 잘해주는 할머니다. 나의 엄마는 아이들을 힘겹게 두 팔로 안고 있는 내가 안쓰러워
늘 불편한 다리로도 손주들을 업어주기를 자처한다. 나의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그 마음이 사랑인걸 알까.
서로의 눈동자 속에 낀 슬픔을 닦아주는 일.
언젠가 내가 그 사랑으로 나의 엄마를 업어 줄 일이 있을까. 그 시간이 너무 성급히 오지 않기를.
천천히 와. 오는 사람의 시간까지, 그가 견디고 와야 할 후미진 고갯길과 가쁜 숨결마저도
자신이 감당하리라는 아픈 말. 천천히 와.
이런 사랑을 해보지 못해 마음이 아쉽다.
내가 기다려준 사랑도 나를 기다려 준 사랑도 없어서 마음이 슬프다.
내가 누군가에게 천천히 와.라고 말해줬다면
누군가 나에게 천천히 와.라고 말해줬다면 어땠을까.
우리 딸에게, 그리고 아들에게 이루어지지 않을 사랑이라도
천천히 와.라고 말해줄 사람 한 명쯤 지나가 주면 좋겠다.
평생을 의지하며 지켜나갈 사랑과는 다를 추억 속에 마음 한편을 평생 아리게 해도
천천히 와도 기다려 줄 수 있을만한 사랑 한 번쯤은 삶에서 맞이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우리 엄마가 그랬을까.
늘 신나게 먹고 남은 밥솥 한켠에 딱딱히 굳어진 밥을 자처해서 먹는 남편이 이런 마음일까.
나는 그 누구도 굳이 찬밥을 먹고 남이 남긴 걸 먹는 걸 싫어한다.
그것이 그들만의 누군가를 위한 사랑의 방식이라면 굳이 힘을 쏟아 막지는 않겠지만
마음이 외면하고만 싶다.
그 오랜 세월을 많은 엄마가, 아빠가, 그리고 누군가가 찬밥을 먹으며 살아왔는데
이제 그 마음이 사랑으로 미화되지 않고 그 누구도 그렇게 살지 않았으면 한다.
정말 좋은 시들이 꽉꽉 차있는 이 책.
제목이 정말 마음에 콕 박혀버린 이 책.
이 책이 좋았는지 다음 책도 난 시집을 선택했다.
다음 글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