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때로는 눈물을 훔치며 듣고, 읽고, 또 읽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을 갈구하고 사랑 받고 싶어하며 관심 받고 싶어한다. 그 심리적 기본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고통이 생기고 문제가 생긴다. 그렇지만 그 고통은 병이 아니다. 삶이다. 인지부조화나 사고의 편향, 도덕적 우월감 같은 심리학적 편향성은 인간 누구나 가진 본질적 특성이다. 우울할 만한 상황에서 우울한 것은 우울증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올바른' 감정이다. 병적인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감정이라는 것은 나 자신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내가 표출하는 나의 근원적 본질이다. 감정의 신호에 당황하는 것은 가치의 기준을 나에게 두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가 기쁜 일과 자기가 행복한 일을 알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이 좋게 보는 성공에만 목을 맨다.
나는 '바른말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이다. 누군가 잘못된 감정을 표현하고 잘못된 주장을 하면 기어코 끝까지 논리로 문제를 파헤치려 했다. 그것이 객관적으로 필요한 정답일지 모르지만 그가 마음으로 원하는 것은 사실 정답이 아닐 때가 많다. 이것은 대수롭지 않은 상황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조언을 듣고 오히려 부정적 감정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많다. 상대방의 그것이 논리에 의해 세워진 주장이 아니라 감정이나 본능에 의해 세워진 '의지'이기 때문이다. 논리가 아닌 것을 논리로 깨뜨리려 해봤자 깨어지지 않는다. 설령 그 자리에서 수긍을 하더라도 마음의 벽은 높아질 뿐이다. 논리가 아니니 깨어질 것도 없고, 실제로 깨어진 것은 감정의 연결 부위다. 상대는 겉으로 내 말에 수긍하더라도 마음 속으로 '니 똥 굵다.', '저 혼자 잘났어, 정말.' 이라고 생각한다. 아무 효과도 없는 짓이다.
공감은 나를 이해하는 일 부터 시작한다. 내가 나를 공감하고 내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안정적으로 타인을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나와 공감과의 관계는 물과 기름인가보다. 머리로는 알아들었으나 태도를 바꾸기가 몹시 어렵다. 그것이 나 자신에게 먼저 건네야 할 공감의 숙제다. '내가 그렇구나. 내가 그런 기분이구나.' 내가 어디서 이런 콤플렉스에 빠졌는지 돌아보게 했다. 이 책은 독자를 공감하는 사람이 되도록 초대하면서 동시에 독자를 공감해 주는 상담이기도 하다.
이후 나 자신에게 "요즘 마음이 어때?" 라고 습관적으로 묻는다. 그렇게 나부터 곰곰이 생각하고 나면 한결 낫다. 아직 멀었지만, 아직 공감보다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이 먼저 튀어 나오지만 즉시 후회가 든다. 그 후회를 인정한다. '괜찮아. 좋아질거야. 조급해 하지말고 먼저 나 자신을 공감하자. 나도 상처가 많아서 그렇잖아.'
[책꼽문1] 나’가 흐려지면 사람은 반드시 병든다. 마음의 영역에선 그게 팩트다. 공황발작은 자기 소멸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이 버둥거리며 보내는 모르스 부호 같은 급전(急電)이다. “내가 희미해지고 있어요. 거의 다 지워진 것 같아요”라는 단말마다.
[책꼽문2] 자기 존재가 집중받고 주목받은 사람은 설명할 수 없는 안정감을 확보한다. 그 안정감 속에서야 비로소 사람은 합리적인 사고가 가능하다
[책꼽문3] 내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확인이 있어야 사람은 그 다음 발길을 어디로 옮길지 생각할 수 있다. 자기에 대해 안심해야 그 다음에 대해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
네가 그럴 때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말은 ‘너는 항상 옳다’는 말의 본뜻이다. 그것은 확실한 ‘내 편 인증’이다. 이것이 심리적 생명줄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산소 공급이다.
[책꼽문4] 심리적으로 벼랑 끝에 있으면서도 낌새조차 내보이지 않고 소리 없이 스러지고 있는 사람이 많은 현실이라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라는 질문 하나가 예상치 않게 ‘심리적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질문은 심장 충격기 같은 정도의 힘을 발휘한다.
[책꼽문5]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이 어째서 우울증인가. 말기 암 선고를 받은 사람의 불안과 공포가 왜 우울증인가. 은퇴 후의 무력감과 짜증, 피해 의식 등이 어떻게 우울증인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아이의 우울과 불안을 뇌 신경 전달 물질의 불균형이 초래한 우울증 탓으로 돌리는 전문가들은 비정하고 무책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