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브뤼크네르
"노년은 으레 노망과 저주라는 이중의 함정에 빠진다. 트집쟁이, 투덜이, 꼰대가 우리 안에서 조금이라도 수가 틀어지면 당장에 튀어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몽테뉴는 이런 병을 영혼의 주름이라고 불렀다. 늙어가면서 시어지고 곰팡내 나지 않는 영혼은 없으며 있다 해도 몹시 드물다. 우리는 나이를 먹되 마음이 늙지 않게 지키고 세상을 향한 욕구, 기쁨, 다음 세대를 향한 호기심을 유지해야 한다.
괴팍한 노인은 즐거워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친구와 지인, 사시사철이 다 마음에 안 든다. 사회가 추하다고 하지만 정작 추한 것은 그의 눈이지 그 눈이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다. 그는 철학자 에드문트 후설이 '권태의 재'라고 말한 것을 뒤집어 쓰고 있다.
노인들은 세상이 망할 것처럼 생각하곤 하는데 그 이유는 자기들이 세상을 아쉽지 않게 떠나고 싶어서다. 하지만 세상은 그들보다 오래 남을 것이요, 젊은이들은 그들의 저주를 아랑곳하지 않으리라."
"50세 60세 70세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20세 30세 40세 때와 똑같다. 삶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자에게 달고 저주를 퍼붓는 자에게 매섭게 군다."
<나무학교> 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 놓을 때
사랑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 하며 숲을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