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남의 인생을 결손이라 단정하지 말자.
주말에도 회사에는 해야하는 일이 산재했다.
이제 막 입사해서 업무파악 중이므로 나는 주말에 카페에 앉아 회사일을 처리하는 중이었다.
머리를 쥐어 뜯으며 뭔가 맘대로 되지 않는 일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건너편에 앉은 세 분이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그 중 한분이 말했다.
"우리 올케 말이야, 이혼해서 그 집 애들 결손가정 애들이잖아. 어딜 봐도 티가 나지 뭐야"
<결손가정> 미성년인 자녀가 있으면서 부모의 한쪽 또는 양쪽이 없는 가정 이라고 인터넷 검색에 나와있었다.
그 말이 그 순간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무언가 나의 가정이 굉장한 하자품처럼 느껴졌던건 심한 비하였을까?
그들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어디 결혼을 할 수가 있겠어? 누가 결손가정 애들을 사위나 며느리로 맞고 싶겠어 안그래?"
아이들이 엄마,아빠와 함께 오래도록 행복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집집마다 사정이 다 다르다. 나는 부부가 함께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아귀를 맞춰 괴로워하며 살아가는 것도 결코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결손가정.. 어딘가 결함이 있다는 걸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이혼을 하면 결손 가정이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우면 결손가정이고, 매일같이 싸우면서 아이들을 불안에 떨게 하지만 엄마 아빠가 모두 있는건 완벽한 가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누구나 남의 말은 쉽다.
특히 자신이 겪지 않은 남의 불행은 늘 흥미로운 법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토록 어떤 한 인생을 <결손>이라는 말로 매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남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내 가정이 온전한지 그렇지 않은지는 나와 내 가족이 판단할 일이다.
내 아이들이 온전하게 자랄지는 나와 아이아빠가 최선을 다 할 문제다.
남의 인생을 세 치 혀끝으로 하자 많은 결손으로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수도 없이 들었다.
이혼을 결심했던 순간부터 가족들조차 나에게 말했다.
"애들을 결손가정 아이들로 만들셈이니?"
대체 왜 우리집이 결손가정인가. 오히려 남편과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우리집은 결손이 시작됐다.
쏟아지는 감정의 파도가 밀물과 썰물처럼 왔다갔다 하며, 죽일듯이 싸우고 서로를 무시하고 헐뜯으며 나는 이것이야말로 결손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이혼 후 우리 가정은 평안해졌다.
아이 아빠와 나는 이따금 만나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이들의 문제를 의논한다.
여전히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남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극단적인 감정문제로 치닫지 않는다.
이혼은 오히려 우리 가정에 이로운 영향을 더 많이 남겼다.
아이들도 엄마 아빠가 싸우지 않으니 오히려 주말부부같다고 말한다.
그 서늘한 가슴 한구석에 상처가 없을거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적어도 엄마아빠의 싸움이 주는 불안은 사라진 것이다.
사람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문제가 있고, 그것의 해결점도 다들 다르다.
그걸 남이 맞다 틀리다 라고 판단할 자격은 없다.
남의 불행위에 자신의 안도를 얹는것만큼 비겁한 일이 또 있을까?
함부로 남의 인생을 결손이라고 하지 말자.
그 인생이 그 사람에겐 최선의 선택일 수 있는 일이다.
감히 나는 말한다.
내 인생은 결손이 아니며, 내 아이들 또한 결손된 가정에서 자라지 않는다고.
아이를 보러 온 아빠의 뒷모습을 보며 이 글을 쓰는 지금 과연 우리가 이혼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평화가 가능하기나 했을까 라고 짐작해본다.
감정이라는 건 생각보다 단순했다.
남이라는 생각이 들자, 더는 서로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이제 부부라는 관계에서 벗어난 사람들이니 더는 서로에게 마구 화를 낸다거나, 욕설을 뱉는다거나 할 수 없다. 사람은 가까운 사람에게 오히려 더 쉽게 상처를 주는 법이다.
나는 이 평화가 충분히 좋다.
아이들을 불안하게 하는 부부의 불화를 보여주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세치 혀끝으로 감히 이런 인생을 결손이라고 말해주지 않기 바란다.
그걸 판단할 자격은 나와 아이아빠 그리고 내 아이들 뿐이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