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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란 Dec 10. 2016

혼자서도 잘 놀아요

가끔은, 장난감이 있다면!

자주 말썽을 피우고, 가끔은 사고도 쳐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하지만 뭉구와 함께 걷고, 뛰고, 노는 시간은 두말할 나위 없이 즐겁다. 낮 시간에 마음껏 산책할 수 있고, 일이 없을 때는 온종일 같이 뒹굴며 놀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의 장점이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이런 행복이 괴로움으로 바뀔 때가 있다. 예컨대 마감일 직전처럼 어떻게 해도 같이 놀 짬을 내지 못할 때가 그렇다. 아무리 바빠도 일단 회사로 출근하지 않으니 집에서 뭉구와 함께 지내야 하는데, 당장 밥 먹을 시간조차 없을 만큼 바쁜 누나의 사정을 뭉구가 알 턱이 없기 때문이다. 


진지하게 뭉구의 앞발을 붙잡고,


방금 네가 먹은 맘마와
지금 물고 온 그 장난감은
공짜가 아니란다
누나는 당장 일을 해야 해!


…라고 설명한들 뭉구가 이해해 줄 리는 만무하니까.


누나, 뭉구랑 놀아주세요!

일하느라 밤을 새우고 있는데 책상 밑으로 들어와 앉거나 무릎에 올려달라며 끙끙대는 뭉구를 보면 난감하고 애처롭다. 내 껌딱지인 이 녀석을 어떻게 떼어놓아야 하나 궁리하게 되고, 그런 궁리를 하는 상황 자체가 슬퍼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랴. 내가 아무리 우울해 한들 마감일이 늦춰지거나 일이 줄어드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아아, 나는 어쩌면 좋나!


정말 다급할 때는 역시 간식이다. 오래 뜯을 수 있는 뼈간식을 입에 물려주면 그걸 다 먹을 때까지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최후의 보루다. 강아지 이빨이 제아무리 튼튼하다고 해도 그런 딱딱한 간식을 무한정 줄 수는 없는 노릇(부드러운 간식도 마찬가지이긴 하다)이거니와 뭉구가 뼈간식으로 배를 채우고 딱딱한 응가를 누는 것도 영 마뜩잖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뭉구 장난감이 적지 않은데, 얼마 동안만이라도 뭉구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줄 장난감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하나, 입에 물고 노는 장난감

뭉구가 입에 물고 뜯어도 되는 장난감은 손에 잡히는 대로 던져줄 수 있어 편하다. 보통은 뭉구가 좋아하는 인형이나 로프를 주는데, 죄 망가졌거나 세탁을 해서 줄 만한 것이 없을 때는 빳빳한 종이를 희생물로 바치기도 한다. 다 먹은 아이스크림 통을 씻어 주면 달콤한 냄새가 나서인지 특히 좋아한다. 단, 이런 장난감들이 지닌 치명적 문제가 있다.


이제 재미없개

바로 뭉구가 장난감에 집중하는 시간이 무척 짧다는 것이다. 좀 갖고 노는가 싶다가도 금세 흥미를 잃고 나에게 다가온다. 장난감을 입에 문 채 나를 올려다보는 뭉구의 눈빛에는 오해할 수 없는 대사가 적혀 있다.


어서 이것을 던져주개!


이래서야 일부러 장난감을 준 의미가 무색하다. 게다가 장난감의 수명도 엄청나게 짧다! 종이 같은 것이야 당연히 순식간이고, 인형과 로프류도 길어야 일주일이면 걸레짝이 된다. 그래서 고민 끝에 새로운 장난감을 구입해 봤다.


둘, 발로 치며 노는 장난감

뭉구가 쉽게 망가뜨릴 수 없고, 조금 더 오래 집중할 만한 장난감으로 내가 고른 것은 바로 요 녀석이다. 위쪽의 노란 뚜껑을 열어 조그만 간식을 적당량 넣고, 몸통에 달린 간식 나오는 구멍을 원하는 크기로 조절한 다음 강아지에게 주면 된다. 강아지가 장난감을 넘어뜨리거나 굴리면 간식이 굴러 나오기 때문에 적어도 간식을 다 먹을 때까지는 집중해서 가지고 논다.


이렇게 굴리고 넘어뜨리면 간식이 나오개

어찌나 집중해서 가지고 노는지 나도 모르게 입에서 "진작 사줄걸!" 소리가 튀어나왔다. 맨바닥에서 가지고 놀면 구르는 소리가 커서, 꼭 매트나 러그를 깔고 주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해도 열광하는 뭉구를 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이 감탄은 오래가지 않았다뭉구가 장난감을 너무 완벽히 마스터한 까닭이다.


너무 완벽히라니 이것은 또 무슨 소리인가 하면, 단순히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조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그렇다. 뭉구는 이제 간식 나오는 구멍을 스스로 크게 열 줄 안다. 장난감을 앞발로 딱 잡고서, 간식 구멍에 달린 문을 앞니로 당겨 열더라… 하하하…. 이것은 다른 의미로  무척 감탄스러웠지만 좀 오래 가지고 놀라고 간식 구멍을 작게 열어줘 봤자 더는 소용이 없게 되었다. 어라, 갑자기 왜 눈에서 땀이 날까….


셋, 노즈워크용 종이쌈

결국 뭉구가 꼼수(!)를 쓰지 못하고, 내가 어느 정도 놀이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장난감은 현재 한 가지뿐이다. 노즈워크를 이용하는 종이쌈! 작게 자른 종이나 종이컵에 간식을 싸서 집 안 여기저기 뿌려주면 그것을 전부 까먹을 때까지 조용하다.


코와 앞발을 이용해서 야무지게 까먹개

물론 뭉구가 다 놀고 난 다음에는 종이 쓰레기장이 된 집을 치워야 하지만 그거야 일단 마감을 끝내 놓고 치우면 그만이다. 게다가 종이쌈 제조 숙련자가 다 된 지금의 나는 육포 한 조각과 종이, 가위만 있으면 5분 안에 종이쌈을 100개는 만들 수 있다. 장난감 준비하는 시간에 비해 노는 시간은 길고, 뭉구가 간식을 과잉 섭취할 우려도 없는 셈이다.


하지만 역시 최고는 얼른 일을 끝내고 같이 뛰어노는 것일 테다. 내가 슈퍼 울트라 능력자여서, 무슨 일이든 눈 깜짝할 사이에 끝마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하, 부질없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이번 글이나 마무리해야겠다. 그리고 아까부터 옆에 와 앉아 있는 뭉구랑 같이 놀아야지!


뭉~구야, 노~올자!


앙 물어버리겠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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