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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란 Nov 22. 2016

개가 안 짖게 하는 법

인간은 다만 도울 수 있을 뿐

이곳 브런치에 유입되는 검색 키워드를 살피다 보면 간혹 이런 검색어와 마주할 때가 있다.


개가 안 짖게 하는 법

개 짖지 않게

강아지 안 짖게


"짖지 않게"

모니터에 적힌 단어를 가만 쳐다보노라면 보호자가 어떤 마음으로 이 말을 검색했을지, 전부 다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조금은 짐작이 가서 씁쓸한 웃음이 난다. 뭉구가 짖는 소리도 제법 크기 때문이다.


뭉구는 왜 짖을까?


일단 뭉구는 호기심이 많다.



산책하다가 다리를 건너게 되면 꼭 아래를 확인해야 하고, 뭔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면 목이 빠지도록 위를 올려다봐야 직성이 풀린다.


말 그대로 호기심덩어리인데 문제는 딱 그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겁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주변에 낯선 사람이 많아지면 눈에 띄게 불안해하고, 누군가 예쁘다며 다가오기라도 하면 무섭다고 난리가 난다.


낯선 사람이 넘 많개! 어서 나를 안개!
제발 안아주개!
안아주지 않는다면 여기 숨겠다개!


호기심 많고 겁 많은 개란 생각보다 난감하다. 무서우면 굳이 다가가지 않아도 될 텐데, 일단 궁금하니까 다가간다. 하지만 상대가 먼저 다가오면 무서워서 후다닥 뒷걸음질 친다. 그렇다 보니 사람 입장에서는 좀 황당하다. 뭐야, 예뻐해 달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이럴 때 뭉구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예뻐해 주개! 근데 말을 걸거나 만지지는 말고, 그냥 냄새만 좀 맡게 해주개!  


천천히 다가가 냄새를 맡고, 시간을 들여 관찰하고, 서서히 친해지는 것. 그것이 뭉구가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아무리 예뻐해 줄 마음으로 뻗은 손길이라고 해도, 만나자마자 덜컥 쓰다듬으려고 하면 뭉구는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뭉구에게 있어 갑작스러운 손길은 관심이나 애정의 표현이 아닌 실질적 공포다.


갑자기 다가오면 너무 무섭개


그렇다 보니 낯선 사람이 불쑥 나타나거나 가까이 다가오면, 다가와서 말을 걸거나 쓰다듬으려고 하면 뭉구는 겁에 질린다. 놀라서 내 다리 사이로 숨기도 하고, 안아달라며 펄쩍펄쩍 뛰기도 한다. 하지만 미처 그럴 틈조차 없을 때면 뭉구는 예외 없이 짖는다.


멍!(무서워!)
멍멍!(이리 오지 마!)


개가 짖으면, 더구나 짖는 소리가 우렁찬 중형견이 자기 앞에서 짖기 시작하면 누구나 놀란다. 예쁘다고 했더니 왜 짖느냐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호의를 보였는데 개가 짖어대니 얼마나 당황스럽겠는가. 특히 상대가 어린아이일 때는 더 그렇다. 나는 얼른 뭉구를 안아들며 사과를 하지만 가끔은 나도 너무 놀란 나머지 사과할 타이밍을 놓치기도 한다. 그런 날은 참 마음이 불편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심 속상하다. 먼저 겁을 준 쪽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이 다짜고짜 다가와서 말을 걸거나 몸을 만지면 같은 사람이라도 놀라기 마련인데, 강아지는 오죽하겠는가. 잔뜩 겁먹은 강아지가 짖는 이유는 사람을 위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놀란 사람이 비명을 지르듯 그저 소리치는 것일 뿐. 


멍!(저리 가!)
멍멍!(무섭단 말이야!)



사실 생각해 보면 개는 본디 짖는 동물이다. 람이 말로 의사를 표현하듯이 개도 짖음으로 다양한 의사를 표현한다. 사람 귀에는 헛짖음으로 들릴지 몰라도 개가 짖는 데는 각자의 이유가 있다. 다만 그들이 내는 소리가 인간의 말이 아닌 짖음이라서 소통에 문제를 겪고 있을 따름이다.


그렇다고 개가 짖도록 마냥 내버려 둬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들이 들개가 아닌 반려견으로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이상 지나친 짖음은 서로에게 고통을 준다. "짖지 않게"라는 검색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유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개가 짖지 않게 하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짖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이 글에서 논외로 둔다). 하지만 절망하기는 이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개가 짖지 않도록 도울 방법이 있다. 바로 교육(혹은 훈련)이다.


'강아지 교육'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아마 이것일 테다.


앉아.

기다려.

손!


물론 이 역시 교육이다. 게다가 '앉아'와 '기다려'는 일상생활에서 여러모로 요긴하다. 그렇지만 과연 이것이 가장 먼저 떠올라야 할 만큼 중요할까?


내가 생각하는 기본이자 궁극의 강아지 교육은 사회화를 돕는 일이다. 다시 말해 강아지들이 살면서 마주쳐야 할 다양한 자극을 어린 시절부터 접하게 도와줌으로써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회화가 건강하게 이루어지면 비단 짖는 문제뿐만이 아니라 강아지가 보이는 여러 문제 행동을 근본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고 하니, 사회화 돕기야말로 가장 중요한 강아지 교육이 아닐까 싶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이웃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도, 뭉구와 내가 보다 더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도 말이다.


그러니 뭉구야, 좀 무섭더라도 누나랑 같이 노력하기야! 약속!


아라써오! 겁보지만 노력하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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