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셋.
비루함의 단편작인 나에게도 서사가 있는가.
상명하복의 규율에 더 익숙한 이 몸에도 감정과 생각과 표현이 살아있는가.
은근과 끈기로 다짐을 이어갈 수 있을까.
알량한 현실의 벽에 기대어 근근이 풀칠하는 주제에
혀 끝, 손 끝의 빚음을 구현해 낼 수 있을까.
궁금하였다.
"빈한함이 아무리 아프고 추울지라도..."라고
일러준 시인의 외침이,
내 감정과 기교의 마중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인지.
"인간의 영혼은 행동에 있다."라고
역설한 철학자의 경구가,
내 안의 비겁을 물리칠 잠언이 될 것인지.
그리하여,
조심스러운 첫 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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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 않은 생을 바다와 군의 교집합에 몸담아 살아내면서, 나름의 깜냥으로 보아온 시선을 그저 버려두기에는 너무도 애틋하여, 몇 편의 글을 적어본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다섯 편으로 이뤄진 '순항훈련'이라는 내 특수한 경험을 큰 줄기로 삼아 해군스러운 삶의 방식을 설명할 것이다. 각 편마다 중간중간 '한 사람'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들을 수필의 형식을 빌어 소소하게 풀어가고자 한다.
모쪼록, 나의 글을 접하는 모든 이들에게 나의 남루한 글 조각들이, '바다'라는 공간을 바라보는 군인의 시선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데 좋은 도구가 되기를 소망한다. 아울러, 아직도 잘은 이해할 수 없으나, '문학'이라고 하는 예술의 세계에 내 자신이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