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는 길 / 그가 수영하던 해변
#1 - 바다로 가는 길
나로서는, 나의 원천이 『안과 겉』 속에, 내가 오랫동안 몸담아 살아온 그 가난과 빛의 세계 속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안과 겉』, p.17)
그들(카뮈와 친구들)은 전차를 탈 돈이 없었기에 쟈르댕 데세까지 오랫동안 걸을 수밖에 없었다. (소설 <최초의 인간> 중)
바다에 이르기까지 분수들과 꽃들의 장관을 활짝 펼쳐놓고 있는 넓은 길에 들어서면 그들은 경비원들의 경계하는 눈초리를 의식한 나머지 무심하고 교양 있는 산책하는 사람처럼 점잖은 표정을 지었다. (위의 책)
과일 때문에 주머니와 두 손이 끈적끈적해진 채 그들은 정원을 벗어나 바다 쪽을 향하여 달려갔다. (위의 책)
#2 - 그가 수영하던 해변
나의 어린 시절 위로 내리쬐던 그 아름다운 햇볕 덕분에 나는 원한이란 감정을 품지 않게 되었다. 나는 빈곤 속에서 살고 있었으나 또한 일종의 즐거움 속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무한한 힘을 나는 나 자신 속에 느끼고 있었다. 다만 그 힘을 쏟을 만한 곳을 발견하기만 하면 될 것이다. 가난은 그러한 나의 힘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지 않았다. 아프리카에서 바다와 태양은 돈 안 들이고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장애는 차라리 편견과 어리석음 속에 있었다. (『안과 겉』, p.18)
최근 해안선 개발로 인해 다소 난잡한 상태인 사블레트 Sablette라고 불리는 이 곳에서 그는 벌거숭이가 된 채로 바로 물속에 뛰어들어 헤엄을 치거나 친구들과 물속에서 누가 오래 버티는 내기를 하면서 놀았다. 그들은 코르크로 만든 띠를 매고 물에 떠다니면서 수영을 익혔는데, 이는 예전부터 코르크 생산 및 수출이 알제리의 주된 산업 중 하나였기 때문에 주변에 코르크를 발견하기 쉬웠을 것이다. 지금도 알제리 동쪽 산맥을 따라가다 보면 나무껍질의 일부가 벗겨진 코르크나무를 볼 수 있는데, 와인의 코르크 마개가 플라스틱으로 대체되면서 이 산업은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더운 날 저녁 시간이면 알제 사람들은 사블레트로 나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현재 사블레트 지역은 지도에서 보면 서쪽으로 산업항에서부터 동쪽의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수영장에 이르기까지 길게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서, 돌과 흙 무더기가 여기저기서 보였다.
당시 카뮈는 해수욕을 끝내고 나면 숨이 턱 끝에 닿도록 뛰어 집으로 돌아갔는데, 집에 돌아온 그를 보고 할머니가 이렇게 질문했다.
"어디 갔다 오는 거냐?"
카뮈가 대답했다.
"친구하고 같이 산수 숙제했어요."
이대로 넘어갈 할머니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녀는 카뮈의 머리냄새와 발목 상태를 확인한 후 채찍질을 시작했다.
주로 나의 생활 반경이 알제 남쪽이다 보니 알제 북쪽에 위치한 이 곳을 찾는 일은 잘 없었다. 가끔 해안도로를 타고 운전하면서 이 곳을 지나칠 때마다 풍경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눈치만 채고 있었는데, 직접 둘러보니 생각보다 많은 시설들이 있었다. 관람차에서부터 바이킹, 아이들은 위한 작은 시설물까지.
현재의 사블레트 해변은 사실 해수욕에 적합할 정도의 수질은 아니다. 몇십 년 전부터인지 심한 오염이 시작되었는데, 이는 인근 엘 하라쉬 하천 Oued El Harrach에서 흘러드는 오염물질 때문이다. 하천의 상류에서 각종 공장 지대에서 산업 물질에 의한 오염이 주된 원인인데, 하수처리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않아 하천수는 제대로 정화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한 번은 택시 아저씨에게 이 곳의 오염이 시작된 시기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가 말하길 이 곳은 70년대에도 이미 하천이 더러웠다는 대답을 들은 적이 있다. 어린 카뮈가 즐기던 당시는 그나마 수질이 좋았기에 해수욕이 가능했겠지만, 지금은 해수욕을 지양하는 편이 낫다.
일부 책에서는 어린 카뮈가 수영한 해변이 밥 엘 우에드 해변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 해변은 카뮈의 집에서 걸어갈 정도의 거리가 아닌데다 그와 관련된 기록이 보이지 않기에 사블레트 해변으로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게다가 카뮈가 밥 엘 우에드까지 생활반경을 확장된던 때는 그가 성인이 된 이후였다.
나는 바다에서 자라 가난이 내게는 호사스러웠는데 그 후 바다를 잃어버리게 되자 모든 사치는 잿빛으로, 가난은 견딜 수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 후부터 나는 기다리고 있다. 돌아오는 선박들이며 물의 집들, 청명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결혼 · 여름』, <가장 가까운 바다>, p.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