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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May 12. 2020

이런 엔딩

아이유 - 이런 엔딩

 아이유 - 이런 엔딩 듣기


"안녕, 오랜만이야." 몇 년 만에 만난 우리는 어색하게 안부를 묻고 밥이나 같이 먹자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직했다는 너는 작년에 새 차를 샀고,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옮겼다고 했다. 나는 백미러에 걸어둔 너 답지 않은 인형을 보며 몰래 웃었고 기분 좋은 향기를 내는 방향제를 뚫어져라 보았다. 몇 가지 메뉴들을 후보에 올려놓고 내게 의견을 묻던 너는 '나 그거 못 먹잖아.'라는 내 대답에 '그랬지, 참.'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머쓱한 표정을 짓더니 '그럼, 너 좋아하는 거 먹자.' 하고선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제 나는 너에게 무엇을 먹든 상관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너는 나에게 잘 모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말하기 껄끄럽고 다음 약속을 잡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관계가 되었다. 서로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사랑했던 기억 때문에 어느 순간 가슴 언저리가 시큰하고 그래서 우리는 다시 만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밥을 먹는 내내 우리는 이미 친구들과 했을 이야기들을 쉬지 않고 꺼내며 정적을 피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식당에서 나와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는 너의 말에 나는 근처 지하철역에  내려달라고 했지만 너는 말없이 핸들을 붙잡았고 나는 흔들리는 인형을 바라보다 잠이 들었다. 놀라 깨어보니 너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연인이 아픈지 걱정을 하는 너의 목소리에 나는 다시 눈을 감고 말았다. 사실은 미안하다 말을 하고 싶었는데 그 마음마저 내 이기심이었다. 나는 내가 깼다는 걸 눈치채지 않게 다시 눈을 감았다.

  나는 네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너무 잘 알아서 너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나를 내려두고 점점 멀어지는 너를 보며 나는 이게 우리의 마지막임을 확신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나는 너의 행복을 빈다. 네가 행복해지기를. 나는 아직도 네 생각에 아프다. 너와 함께하지 못함이 아픈 게 아니라 너에게 상처를 주었던 내가 미워서. 너는 내게 그런 마음은 버리라고 했지만,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고 떠오른다.

내가 너에게 얼마나 아픈 사람이었는지 나는 이제 안다. 너를 모르게 된 지금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진심으로 빌게
너는 더 행복할 자격이 있어

어떤 맘을 준 건지 너는 모를 거야
외로웠던 만큼
너를 너보다 사랑해줄 사람
꼭 만났으면 해
내가 아니라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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