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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Jun 13. 2020

SWEET CHILD O'MINE

Guns N' Roses-Sweet Child O' Mine

(중략)


코코리는 오늘도 지하철 계단에 앉아 있었다. 파란색 바구니를 앞에 두고 노래를 부르며 자신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 사람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
"안녕, 아저씨. 전 코코리예요."
"알아, 뭐하니?"
"돈 좀 주실래요?"

나는 지갑 속에서 만원을 꺼내 코코리의 바구니에 집어넣었다.

"돈을 주셨으니까 노래 불러 드릴게요."
"아니야, 밥 사 먹어. 코코리, 여긴 위험해. 아침일찍부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코코리가 다칠지도 몰라. 그리고 노래를 아무리 크게 불러도 들어주는 사람은 없을 거야. 아침의 사람들은 바쁘고 정신이 없거든."
"아저씬, 밤의 사람인가요? 그래서 나한테 온 건가요?"
"아니. 아저씬 오늘 잠이 일찍 깬  것뿐이야. 밤의 사람도 아침의 사람도 아니지."
"아저씬 코코리 언니 생각해요?"
"코코리? 이젠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니야. 그때만큼 열정적이지 못하다는 거야. 너한텐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 아저씨를 만나는 거, 조금 있다가 헤어지게 되는  것처럼 말이에요?"

코코리의 동그란 눈과 입술 때문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 아이가 하는 모든 질문들이 너무 어려워 자꾸만 망설이게 된다. 난 어른이고 아이는 아이고, 코코리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

"코코리, 아저씨 또 지각하겠다. 모처럼 일찍 나왔는데 말이야."
"지각하지 마세요, 아저씨. 지각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은 언제나 늦어서 사랑하는 사람이 기다리는 것에도 태평하게 된대요. 나는 언제나 늦는 사람이라고 상대가 알아주길 바라는 거 있잖아요."
"넌 모르는 게 없구나."
"난, 코코리니 까요........ 아저씨의."

난 일어섰다. 코코리에게 만 원짜리 지폐는 주머니에 넣어 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서야 돌아설 수 있었다. 코코리가 마른 팔로 손을 흔들어 주었다.

"헤어지는 건 슬프지 않은 거예요 아저씨."
"그러니?"
"그러니까, 지각하지 마세요."
"우린 내일 또 보는 거니?"
"코코리 언니의 행운이 있다면. 하하, 안녕 아저씨."

(중략)

"사람들은 선물 같은 걸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난 이런 걸 받으면 불안해요. 그러니까 아저씨도 나중에 바이 바이 하지 말고 지금 가세요. 난 하나도 슬프지 않으니까. 어른들은 이상해요. 나는 불쌍한 꼬마가 아니에요. 난 이제 코코리고 아저씨가 없어도 괜찮다고요."
"코코리,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하지만 아저씨가 어디 가려고 그러는 게 아니야."
"알아요, 아저씨는 착한 사람이니까. 아저씨가 착한 아저씨라서 변하지 않는 것처럼 나도 코코리니까 변하지 않아요. 나중에 가고 싶은 데가 있으면 갈 거고 아저씨가 보고 싶으면 또  모닝콜해서 끊으면 돼요. 나는 아직 아이니까, 세상은 넓고 어딜 가도 친구들은 있으니까. 내가 말을 걸기만 하면 누구랑도 친해질 수 있어요. 그러니까..."
"아저씬 코코리가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어."

코코리는 돌아섰다. 원피스에 묻은 먼지를 털고 내가 준 김치만두와 콜라만 들고서 시야에서 사라졌다. 여행 용품은 계단 위에 올려져 있었다.  며칠이 지나도록 그 자리에서 코코리를 볼 수가 없었다. 역사를 아무리 뒤져봐도 아이의 원피스 자락은 보이지 않았다. 코코리의 자리에 매일 작은 메모를 두고 오던 나는 어느 날 답장을 발견했다.

"아저씨, 할머니가 주신 복주머니를 허리에 차고 여행을 다니고 있어요. 사람들은 날 쳐다보고 내게 돈을 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줘요. 아저씨처럼 날 위로하고 하루쯤 날 봐주려고도 해요. 복주머니에 돈이 쌓여요. 난 걷기만 하고 앉아있기만 해도 돈이 쌓여요. 아저씨가 준 만원으로 거지 아저씨에게 돈을 선물했어요. 그 아저씨가 작은 박스 안에 내 집을 만들어 주었어요. 따뜻하고 좋아요. 아저씨, 모닝콜 못해줘서 미안해요. 요즘은 동전이 없어서 전화를 못해요. 나중에 커서 동전이 많이 생기면 꼭 전화할게요. 그러니까 전화번호 바꾸지 마요, 약속."

눈물이 흘렀다. 코코리의 마음이 보여서 눈물이 흘렀다. 삐죽 머리, 동그란 이마, 뾰로통한 입술에서 느꼈던 아이의 착한 마음이 느껴져서 나는 편지를 가슴에 대고 눈물을 흘렸다. 사람들이 수군거려도 계단이 차가워도, 나는 울고 울었다. 이제 이 차가운 바닥에서 코코리를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밤, 누구에게도 코코리에 대해 말할 수 없음을 슬퍼했다.

"참, 아저씨. 내가 크면 아저씨를 사랑할게요. 코코리 언니가 되어서"

Reminds me of childhood memories
Where everything
Was as fresh as the bright blue sky
Now and then when I see her face
She takes me away to that special place
And if I′d stare too long
I′d probably break down and cry

woah oh oh
Sweet child o′ mine
woah oh oh oh
Sweet love of 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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