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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페디엠 May 11. 2024

제5장: 나의 이름은 엄마

내가 아닌 또 다른 삶 '엄마'

나의 이름은 "ㅇㅇ엄마"


임신과 출산으로 퇴사를 선택한 나는 새로운 직업을 얻었다.

바로 '전업주부'.

그동안의 커리어와 맞바꾼 삶. 아이가 태어나면서 나의 일상은 모든 게 달라졌다. 

나의 선택이 맞다고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내가 새로운 전환점에서 선택하였던 엄마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로 했으니까.

잘할 거라 생각했다. 이것도 플랜 A부터 C까지 짜서 짜면서 생활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 모든 것은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겪으면서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나는 모든 것을 계획 속에 지내왔었다. 

그런데 그 모든 계획이 어긋나 버리기 시작하였다. 

아기는 생활이 불규칙하니까 수유텀도 지켜지지 않고 책에서 본 것처럼 성장하는 것도 아니었다.

성장 시기를 놓치면 어떡하나, 발달시기를 놓치면 어떡하나 전전긍긍하기 바빴고, 

밥을 편히 먹고, 잠을 편히 자보고 싶다는 게 소원이었다. 

나는 육아를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남편은 바쁜 일정 속에서 늦기 일쑤였다.

자연스레 독박육아가 이어져갔고, 나의 몸과 마음은 무너져갔다.

점점 그렇게 내가 버티고 있었지만 속은 썩어갔다. 

누가 내 아이가 제일 이쁘다고 했는가.

커가는 모습이 너무 소중하다고 누가 그랬는가.

맞다. 예쁘고 소중하다. 

그런데 내 모든 것이 뒤틀려버리는 그때에는 그 예쁨보다 나의 고통이 더 나를 힘들게 하였다. 


어릴 적 나는 자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드는 아이였다. 

그랬던 내가 아이의 조그마한 뒤척임에도 깨고, 울음소리가 들리기 전에 깨어나는 기이한 현상을 보게 된다. 

매 순간이 긴장의 순간이었다. 


아이를 출산하고 요즘은 몸조리를 위해 산후조리원을 간다. 일명 거기서 모인 사람들이 조리원 동기라 불린다. 산후조리원에서 은근 신경 쓰이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모유수유. 그 젖병에 모유를 짜내는 고통은 이로 말할 수 없으리라. 경함 해본 자만이 알 수 있는 그 복잡한 기분. 

적은 양은 적은 대로 걱정. 내가 아이에게 영양 있는 모유를 못 줄까 봐 걱정. 아이가 거부할까 봐 걱정

그 모든 것이 걱정으로 시작하여 걱정으로 끝이 났다.

그 당시 나는 모유수유가 생각대로 되지 않아 너무 속이 상해서 눈물이 났었다.

주변에서 신경 쓰지 말란 말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나는 패배자 같았다. 아이에게 이것 조차 제대로 못해주는 엄마라서 미안하였다.


퇴근 후 조리원에 오는 남편만 보면 눈물이 났다. 그냥 눈물이 났다. 목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났다.

그냥 모든 것이 힘들었고, 눈물이 났다.

그렇다. 산후우울증이 왔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엄마가 된 것도, 육아를 한다는 것도, 모든 게 낯설고 어려웠다. 

아이에게도 이런 처음을 겪어 해서 미안했고, 힘들었고 슬펐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은 누가 알아채랴, 

나와 제일 많이 함께 있는 남편조차도 모르는데.


어딜 가나 항상 밝은 표정으로 웃고, 말을 잘하며 사교성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 이면에 숨겨진 나의 모습은 가면으로 가린 채 나아간다.

그렇기에 나의 속은 점점 곪아갔다.


커리어와 바꾼 엄마의 삶인데 이렇게 무너지고 싶지 않았다.

잘 해내고 싶었다. 

나의 아픔과 슬픔 우울함은 잘 해내보겠다는 의지로 이겨낸 것 같다.

바빴던 남편, 아빠의 역할 부재를 채우기 위해 더욱 활동을 많이 하려 했다.

어쩌면 나는 그 역할들을 해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집에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야 된다는 압박감..

내가 꿈꿔왔던 가정과 현실 속 가정의 괴리감.

생각했던 것처럼 계획했던 것처럼 되지 않는 부분을 내려놓는다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 속에서 나는 '엄마'라는 두 글자의 소중함과 정체성을 발견하고 있었다. 

나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게 되었고, 나라는 존재에서 엄마라고 불리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 너무 소중한 경험이 되고 있다. 

아이의 성장과 함께 나 자신도 성장하는 것을 경험했다.

육아는 나를 더욱 강한 여성으로 만들었다.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과정에서, 나는 내 안에 숨겨진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엄마의 인내심과 사랑의 깊이를 느끼고 깨달았다. 가정을 돌보는 일은 많이 외롭고 고립된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이를 통해 나는 더욱 독립적이고 결단력 있는 사람이 되었다.


이 새로운 삶의 여정에서 나는 다른 엄마들과의 소중한 관계를 맺었다.

같은 해에 태어나고 같은 나이, 같은 동네에서 알게 된 소중한 인연. (지금도 나의 손꼽는 소중한 베프 쑥이)

함께 고민하며 함께 성장해 나간 소중한 인연이다. 


나의 이름은 이제 '엄마'이다. 

이 이름은 내가 이전에 가졌던 어떤 직함보다 더 큰 자부심과 사명감을 준다. 

내 아이와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고, 그 과정 속에서 나는 계속해서 배우고, 성장하고, 사랑을 나눌 것이다. 

나는 이 새로운 역할이 내 삶에 가져다준 모든 도전과 보상에 감사한다. 

'엄마'라는 이름은 나에게 가장 큰 축복이자, 가장 중요한 임무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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