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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페디엠 Apr 07. 2024

제1장: 어린 시절의 그 소녀

느림의 미학


어릴 적 나는 활발하지 않았다. 소극적이었고, 내성적이었다.

(지금의 필자를 보면 아무도 믿지 않는다.)

무언가를 할 때 한 박자 느렸으며, 항상 마지막에 나가곤 했다. 

별명이 느림보 거북이라고 불렸으니 말이다.


동생과는 대조적이었다. 동생은 늘 똑똑하고 사회성, 관계성, 운동, 예술 분야에서 모두 뛰어났다.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것은 항상 동생이었다. 부족한 언니였기에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럼에도 동생은 언제나 내 편이었다.


어릴 적부터 모든 것을 조심해야 했던 것은 나였다.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은 항상 나에게 집중되었고, 동생은 어련히 잘 해낼 것이라 믿었다. 

이런 가족의 사랑 속에서 나는 건강하게 자랐다.


하지만 기질은 어쩔 수 없었다. 

발표를 하는 시간은 항상 두려웠다.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장기자랑은 꿈도 꾸지 못했다. 앞에 나가는 것조차 어려웠으니까.

항상 조심스러웠고, 그런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거리였다.

사실 나도 인기 많은 친구들처럼 잘 지내고 싶었다. 

그래서 그 친구들을 따라도 해보았고, 활발하게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 보려고도 해 보았다. 

친구와 잘 지내는 요즘 말로 하면 인싸가 되고 싶었다.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결론은 은따, 왕따였다.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 고민도 해봤다. 

결론은 나에게 맞는 옷이 아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선 내 마음에 선이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항상 반가운 얼굴로 인사하고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방 안으로는 그 누구도 들어가지 못한다. 



그럼에도 내가 이겨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가족'이다. 

나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시던 할머니와 부모님 그리고 든든한 내 동생까지.


나에게 힘든 상황이었을 때 나는 부모님께 솔직하게 털어놓았었다. 

그리고 부모님의 대답은 "네가 친구들에게 목메지 않았으면 좋겠다."였다. 

그들이 너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도 그들이 너의 인생을 바꾸지도 못한다는 것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다. 

그때의 나는 사람의 시선을 많이 신경 썼고, 내가 어떻게 평가될지 두려웠던 거다.

그때의 나는 용기도 없었고, 소심하여 그 시선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다 같이 HOT를 이야기하고 젝스키스를 이야기할 때 나는 그들을 몰라 이야기에 참여할 수 없었고,

함께 하교하면서 같이 버스를 타고 갈 친구도 없었다. 

부모님의 대답이 어릴 적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모님은 대단하신 거다.)

나도 그들처럼 그 세계에 들어가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반대로 말씀하셨기 때문에..


시간에 장사 없으리라. 

그리고 그런 나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실업계로 진학하기로 했고, 나와 친했던 친구들은 인문계로 진학하였다.

내가 실업계를 가겠다고 하였을 때, 부모님은 반대하지 않으셨다.

내가 그 안에서 더욱 성장할 거라 믿으셨다.

그리고 그 믿음에 보답하고자 더욱 열심히 공부했고, 선생님께서 맡긴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스스로 해결하는 힘을 더욱 키워나갔다.

실업계를 진학하였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더 여유로웠고, 학원을 가기 전 항상 도서관을 들려 책을 빌려왔다.

처음 책 한 권을 읽을 때 2주 가까이 걸렸던 나는 어느새 책 한 권을 읽는 시간이 2-3시간으로 단축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게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의 밑바탕이 되기도 하였다.

책은 나에게 소중한 경험과 나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존재가 되었다. 내가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었고, 나에게 디딤돌이 되어 주었다. 


항상 성공만 있으면 발전이 있을 수 없다. 

학교에서 내신성적이 좋았던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모의고사와 수능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쓰디쓴 첫 수능을 맛보았고, 결국 그해에 대학은 진학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재수생으로 시작하게 되는데..

재수생 때 또다시 상처를 받게 되었지만, 나에게는 경험이 있지 않는가. 

세상이 언제까지 나쁜 행동을 하는 자들의 편에 서겠는가. 

그들의 어리석음을 언젠가 알 것이라 생각하며 나는 나를 지켰다.


그리고 대학교에 진학하여 동기들과 발표와 팀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점점 그렇게 소심한 시절의 소녀는 사라져 갔다. 팀에서 리더를 맡게 되고, 점점 자신의 목소리에 가치를 깨닫고,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녀는 숙녀로 성장했다.

점점 더 많은 상황에서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나의 의견을 존중하였다.


여전히 때때로 자신을 의심했지만, 이제는 내면의 목소리를 더 크게 들을 줄 알게 되었다. 

나는 자신의 의견을 나누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진정으로 누구인지, 그리고 자신이 세상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력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그 소녀는 이제 더 이상 수줍은 소녀가 아니다. 리더로 성장했다.

나는 나의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갖는 것이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자라나는 것임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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