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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Jan 27. 2024

출근 첫날 창고로

나를 키운 건 팔할이 중소기업이다. 01

나의 첫 직장은 중소기업이었다.

요즘 중소기업의 근무 환경에 대한 풍자적인 혹은 사실적인 드라마나 콘텐츠가 많은 편이다. 사실적이지만 사실은 아닌 것들도 있고, 왠지 이상한 일만 다 모아 놓다 보니 오해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나의 추억 속의 중소기업은 나중에 중견기업이 된 훌륭한 면이 많은 곳이었고, 꽤 많은 것들을 배웠던 회사였다. 그 회사와의 수년간에 걸친 이야기 중에 시작인 출근 첫날의 에피소드이다. 정식 출근 전에 나가서 인사도 하고 주1회 출근하는 인턴 기간을 거쳤기에 어느 정도는 사람들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정식으로 매일 출근한다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게다가 나에게는 첫 직장이다보니 여러가지 신경이 쓰였다. 어쩌다보니 마치 자대배치를 받은 신병 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리버리’

‘글치 주임, 저기 창고에서 8:30에 봅시다’

박사과정 중에 취업을 해서 경력을 조금 인정해주면서 주임이라는 직급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나중에 안 거지만 그 부분으로 인해 사람들이 좀 거부감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생산공장이 연구소와 같이 있는 상황이었고 당시만 해도 연구소보다는 생산라인의 파워가 더 쎈 면이 있었기에 모든 직원이 8:00에 출근하는 분위기였다. 즉 8:00에 출근한 나는 8:30에 ‘미팅?’ 호출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장소는 창고다. 보통 군대에서 ‘창고로 와라‘는 이야기는 ’혼난다‘와 동일한 표현법이다. 쭈뼛쭈뼛 대답 한 나는 다이어리 같은 것을 챙기고 시간에 맞춰서 창고 쪽으로 갔다. 8:30에 딱 맞춰서 문을 열었다. 안에는 이미 선임이 와서 앉아 있었다. 일간지를 펼쳐 보며 있던 그는 나에게 말을 던졌다.

‘지금 몇시에요?’

‘8:30입니다.’

‘미팅 시간이 몇 시였어요?

‘8:30입니다.’

아 뭔가 잘못된 듯한 느낌이 나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에서 느껴진다. 그러나 나는 갈피를 못잡고 있다.

‘직장 생활 처음이죠?, 학교에서 연구실 생활하셨다고 들었는데, 이전에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미팅 시간 5분 전에는 와서 준비 하고 있는게 정상입니다.’

‘아… 네’

‘목소리는 왜 이렇게 작아요? 아까 보니까 인사할 때도 소리가 작던데, 인사는 상대방이 들어야 할거 아니에요? 앞으로 인사도 크게 하세요. 신입다운 면이 있어야죠.’

그리고, 어디선가 들어본 클리셰 같은 한 문장을 듣게 된다. 이후로 300번은 듣게 될 그 문장!

‘여기는 학교가 아니에요’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정확히는 내가 내 입으로 이말을 하게 된 때에서야 명확히 알게 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선임은 사회생활을 먼저 시작했지만, 나보다 한 살이 적고, 게다가 같은 대학교 후배이기도 했다. 그런 사실들을 알게 된 때에는 이미 의미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사회생활이란 이럴 수도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X세대 신입

X세대인 나지만 십여년 전 그 당시에는 지금의 MZ세대 못지 않게 튀는 행동과 개인주의 적인 모습으로 여러가지 주목을 받았던 기억이다.  그런 나에게 직장생활, 조직생활, 사회생활 뭐라고 표현하건 그 생활에 필요한 여러가지 태도와 스킬을 가르쳐 준 사람이 바로 그 선임이었고, 다음글에 나올 팀장님이었다. 지금도 평생 감사해야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나는 인사소리가 작다는 선임에게 이렇게 대답 했다.

‘원래 목소리가 작습니다.‘

‘목소리를 키워요. 인사소리도 다 듣고 평가하는 거에요.’


‘넵’

그리고 나는 열심히 인사를 했다. X세대는 그렇게 사회인이 되어 가기 시작 했다.

‘안녕하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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