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흔히 말하는 완모 중이다.
완모란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지 않고 오로지 모유만수유하는 것을 말한다.
내가 완모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사실 나는 모유는 아기를 낳은 후 처음에만 먹이고 무조건 분유를 먹여야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모유수유에 대해 지식이 전혀 없었다.
출산 준비를 하면서도 분유먹일 준비만 해놓았다.
그런데 제왕절개 이틀 후부터 젖이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몸에 이상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아기를 낳으면 젖이 도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한다.
그렇게 나는 제왕절개 3일 차에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첫 모유수유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수유실 호출을 받고 처음 수유실에 들어섰을 때,
같은 옷을 입은 엄마들이 똑같은 자세를 하고,
똑같이 가슴을 내어놓고 아기에게 젖을 물리거나
젖병을 물리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낯설고
조금은 부끄럽게 느껴졌다.
모유수유에 대한 설명과 방법을 자세히 들었지만 도통 감이 오질 않았다.
잠시 후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나의 아가를 드디어 볼 수 있었다.
이 작디작은 아이가 내 아가라니!
열 달 동안 내 뱃속에서 있다 나온 내 아가라니!
믿기지가 않았다.
신기함에 사로잡혀 있는 이 순간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 덥석 나에게 안겨주는 아가.
그저 너무 놀랐고 당황스러웠다.
뭘 어떻게 안아야 할지,
어디를 잡아야 하는지도 모른 채 얼음이 되어가고 있었는데 그 순간 아가가 고개를 돌려대며 내 젖꼭지를 물고 젖을 빨고 있었다.
주먹만 한 머리를 내 가슴에 맞대고 손톱만 한 입을 오물거리며 연신 젖을 빨아대는 아가.
마치 처음이 아닌 것 같이 아가는 열과 성을 다해 젖을 빨고 있었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과연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무얼 보고 있는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어안이 벙벙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도 수유실의 그들처럼 똑같은 자세로 젖을 먹이고 있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했다.
이 모유수유라는 게 어렵지만 또 한편으로는 엄마이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인 듯했다.
분명 나도 처음이고 아가도 처음인데 아가는 누가 젖을 빠는 방법을 가르쳐주지도 않았을 텐데
이렇게 스스로 젖을 찾아 물고 젖을 먹는다는 게
너무나도 경이로웠다.
딱히 내가 뭔가를 굳이 하지 않아도 아가는 있는 힘껏 젖을 빨았다.
아가는 마치 엄마가 처음인 나에게 뭔가를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엄마를 무척이나 기다렸다는 듯이,
아무 걱정 말라는 듯이 연신 젖을 빨아대고 있었다.
이 조그마한 생명이 처음으로 엄마를 보자마자 해야 하는 일이 바로 젖을 빠는 거였나 보다.
나는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나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았다.
우리 아가가 젖을 빨면서 비로소 내가 엄마임을 인정이라도 해주는 것만 같았다.
모성애 그런 거는 일단 모르겠고 생각지도 않게 모유수유의 위대함과 신비로움,
그리고 아가에 대한 고마움과 감동이 벅차게 밀려드는 순간이었다.
모유수유는 엄마와 아기가 함께 팀을 이뤄 해내야 하는 첫 과제인 셈이다.
누구나 그렇듯 모유수유는 어렵다.
나도 조리원에 있는 동안 아기가 잘 먹을 때는 그렇게 이쁘고 기특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잘 먹지 못할 때는 꼭 모든 게 다 나 때문인 것만 같아서 눈물을 흘리기 일쑤였다.
그러한 과정들이 모이고 모여서 지금은 아가와 완벽한 모유수유 팀워크를 이뤄냈다.
나는 아가가 젖을 오물오물 먹는 모습, 꿀꺽거리며 삼키는 소리, 젖을 먹다가 잠시 숨을 고르며
쉬어갈 때, 그러다가 다시 크앙 하고 입을 벌려 젖꼭지를 찾아 앙 무는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다행스럽게도 젖몸살 한 번 앓지 않고, 젖양이 적지도 않으며, 아가가 젖 빠는 힘도 세서 별문제 없이
120일이 넘도록 모유수유를 하고 있다.
이제는 젖 먹다가 젖꼭지를 물기도 하고 잡아 늘리기도 하고 먹기 싫다고 입을 앙다물기도 하는 아가지만 젖 먹을 때만큼은 여전히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행복하다.
나의 아가와 나는 그렇게 모유수유로 엄마와 자식의 첫걸음을 함께 했다.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 중 가장 첫 번째 단계는 바로 모유수유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