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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reanerin Oct 08. 2020

내 기분까지 표현이 가능한 한국어 문법

기분 좋아! 문법, 기분 나빠! 문법

한국어에는 문법 안에 

이미 말하는 사람의 기분의 상태나 상황에 대한 관점이 들어 있다는 거 아시나요? 


아래 예문들을 읽으면서 화자(말하는 사람)의 기분이 어떤지 짐작해 보세요. :)


영자: 우리 남편이 설거지를 한답시고 부엌을 수영장으로 만들어 놨어. 


지훈: 방학이 끝나 버렸어요. 


소연: 지난 번에 소개팅한 여자는 어땠어?

영재: 얼굴은 예뻤어. 


위의 세 문장에서 영자와 지훈이와 영재가 어떤 뉘앙스로 이 말을 하는지 느껴지시나요? 

한국인 원어민이라면 각 문장에 함축되어 있는 의미를 바로 파악하셨을 거예요. 


영자는 남편이 설거지를 도와준다고 했는데 서툴러서 부엌이 물바다가 된 상황에 짜증이 났고 

지훈이는 방학이 끝난 걸 아쉬워 하는 게 느껴지죠.

영재가 소개팅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바로 아시겠죠?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60% 이상의 확률로 영재가 소개팅녀를 썩 맘에 들어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 문장만으로 알 수 있어요.

 

어떤 문법 항목 때문일까요? 

바로 

1. -(으)ㄴ/는답시고 

 

2. -아/어 버리다 


3. 은/는 

때문입니다. 


1. -(으)ㄴ/는답시고 

는 주어는 앞절을 뒷절의 마땅한 까닭이나 근거로 내세우지만화자는 이를 못마땅해하거나 얕잡아 봄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연결 어미입니다. 

주어가 그렇게 한 행동이 화자는 탐탁지 않은 거죠. 그래서 청자나 독자는 화자의 기분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2. -아/어 버리다 

는 앞말이 나타내는 행동이 이미 끝났음을 나타내는 말이며  행동이 이루어진 결과말하는 이가 아쉬운 감정을 갖게 되었거나 또는 반대로 부담을 덜게 되었음을 나타낼  쓰는 종결 어미입니다. 

그렇게 끝나 아쉽거나 오히려 그렇게 끝나 다행이라는 화자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문법이죠. 


3. 은/는 

은 정말 문장의 의미를 180도로 확확 바꿔 주는 조사인데요, 어떤 대상이 다른 것과 대조됨을 나타내는 보조사입니다. 

얼굴은 예뻤다. 이 문장 하나만으로 우리 모두는 암묵적으로 알 수 있죠.... 얼굴 이외의 것은... 별로라는 사실을..^^; 

피부나 몸매, 성격 등 얼굴을 제외한 다른 요소는 영재의 마음에 들지 않은 거예요. 

'-은/는' 요고요고 하나로 소개팅 감상평이 한줄 요약된다는 사실이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한날은 제가 학교에 단아한 원피스를 입고 간 적이 있어요. 

학생이 저에게 이렇게 말했죠. 


선생님, 오늘은 예뻐요!


오,,,, 이런,,,, 어제와 지난 주엔....많이 별로였니....?

분명 칭찬인데 뭔가 지능형 안티에게 돌려까인 이 기분,,,^^

물론 외국인 학생이기 때문에 그 학생이 말한 의도가 바로 파악이 되니 기분이 나빠지진 않았지만 '은/는' 보조사의 중요한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며 웃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이런 에피소드들이 하루를, 한달을, 1년을 채워주니 

그 웃음으로 기쁘게 학생들을 마주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어 선생님 이소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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