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reanerin Oct 26. 2020

한국어 때문에 생긴 오해

데이트 신청할 뻔 !

외국인 친구가 인sta그램에 한국 음식 사진을 올렸다.

잡채와 김치를 배달음식으로 받아서 먹는 사진이었다. (그 친구는 유럽에 살고 있고 코로나가 2020년 10월 말 현재 심각한 상황이라서 Lockdown 2.0 다시 식당들이 배달만 한다고 한다.)


그런데 어쨌든 사진에 보이는 건 밥은 없이 반찬만 두 개. 잡채와 김치.


그래서 나는

한국 사람으로서 당연히 밥 없이 반찬만 먹는 건 이해가 되지 않기에 (정확히 말하면 main dish를 시키는 그들의 사고 방식을 이해는 하지만 알려 주고 싶어서 ㅎ) "밥도 같이 먹어야지!"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 친구는 한국어가 유창하진 않지만 한국어를 배우고는 있어서 그냥 한국어로 보냈다.


그런데 답장이 살짝 이상하게(? 내 의도와 다르게?) 왔다.

.

.

.

.

응! 나도 한국 너무 가고 싶지! 내년 초에는 한국에 가게 되면 좋겠다.
그때 꼭 같이 먹자!

.

.

.

.

응?

역시 그랬다.

구글 번역기를 돌려 보니 내가 보낸 메시지는  

"We should eat rice together!" 였다.

그러니 당연히 친구는 "우리 같이 밥 먹어야지"로 이해했을 수밖에.


한국어에서는 주어가 생략되는 게 자연스러운데 그걸 구글 번역기가 알 리 없고

한국어에서는 앞뒤 맥락이 정말 중요한 언어인데 그것 또한 구글 번역기가 알 리 없고

한국어에서는 밥이 쌀밥(rice)만을 의미하는 게 아닌데 그 문화적 의미를 구글 번역기가 해석할 리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의도한 바를 영어로 말했다면 "You should eat/have rice together!" 라고 했겠지만

한국어로는 너무나 어색하다.

"너는 밥도 같이 먹어야지!"

"너가 밥도 같이 먹어야지!"

주어를 나타내는 조사가 2개나 있는데도 둘다 어색하기 짝이 없다.

그냥 생략하는 게 자연스럽고 이 상황에서 한국어 원어민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얘기할 것이다.


이렇게 한국어에는 "생략" 자체를 문법 교수에서 하나의 꼭지로 다뤄야 할 것이다.


한국인이 말하는 한국어와
외국인이 말하는 한국어가 달라야 할 이유도 없고 달라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밥을 같이 먹자는 얘기는 아니었는데^^

한국 문화 알려주려다가 한국 원정 데이트 신청할 뻔 !했던 경험이자 한국어의 특징을 잘 깨달을 수 있었던 일이었다.


한국어 선생님 이소연입니다.


이전 15화 너 지금 어디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