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아! 문법, 기분 나빠! 문법
위의 세 문장에서 영자와 지훈이와 영재가 어떤 뉘앙스로 이 말을 하는지 느껴지시나요?
한국인 원어민이라면 각 문장에 함축되어 있는 의미를 바로 파악하셨을 거예요.
영자는 남편이 설거지를 도와준다고 했는데 서툴러서 부엌이 물바다가 된 상황에 짜증이 났고
지훈이는 방학이 끝난 걸 아쉬워 하는 게 느껴지죠.
영재가 소개팅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바로 아시겠죠?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60% 이상의 확률로 영재가 소개팅녀를 썩 맘에 들어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 문장만으로 알 수 있어요.
어떤 문법 항목 때문일까요?
바로
1. -(으)ㄴ/는답시고
2. -아/어 버리다
3. 은/는
때문입니다.
는 주어는 앞절을 뒷절의 마땅한 까닭이나 근거로 내세우지만, 화자는 이를 못마땅해하거나 얕잡아 봄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연결 어미입니다.
주어가 그렇게 한 행동이 화자는 탐탁지 않은 거죠. 그래서 청자나 독자는 화자의 기분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는 앞말이 나타내는 행동이 이미 끝났음을 나타내는 말이며 그 행동이 이루어진 결과, 말하는 이가 아쉬운 감정을 갖게 되었거나 또는 반대로 부담을 덜게 되었음을 나타낼 때 쓰는 종결 어미입니다.
그렇게 끝나 아쉽거나 오히려 그렇게 끝나 다행이라는 화자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문법이죠.
은 정말 문장의 의미를 180도로 확확 바꿔 주는 조사인데요, 어떤 대상이 다른 것과 대조됨을 나타내는 보조사입니다.
얼굴은 예뻤다. 이 문장 하나만으로 우리 모두는 암묵적으로 알 수 있죠.... 얼굴 이외의 것은... 별로라는 사실을..^^;
피부나 몸매, 성격 등 얼굴을 제외한 다른 요소는 영재의 마음에 들지 않은 거예요.
'-은/는' 요고요고 하나로 소개팅 감상평이 한줄 요약된다는 사실이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한날은 제가 학교에 단아한 원피스를 입고 간 적이 있어요.
학생이 저에게 이렇게 말했죠.
선생님, 오늘은 예뻐요!
오,,,, 이런,,,, 어제와 지난 주엔....많이 별로였니....?
분명 칭찬인데 뭔가 지능형 안티에게 돌려까인 이 기분,,,^^
이런 에피소드들이 하루를, 한달을, 1년을 채워주니
그 웃음으로 기쁘게 학생들을 마주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어 선생님 이소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