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조은 Dec 06. 2018

홍보담당자는 왜 그렇게 회사 돈으로 밥을 먹냐고요?

올해 제가 만난 스타트업 분들의 80% 정도는 갓 법인등록을 마친, 시드/시리즈 A 투자를 마친 초기 스테이지 팀이 많습니다. 물론 제가 다니는 회사 패밀리 대표님들이 가장 많아요. 이는 제가 이 곳에서 가장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일을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초기 팀들을 주로 만나다보니 비슷한 PR 고민을 참 많이 듣게 됩니다. 고민에 대한 해결을 해드린다기보다, 경험자로서 고민에 공감하고 최대한 도와드릴 방법이 무엇인지 늘 생각하는데요. 보통 초기 팀은 PR 리소스가 세팅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에 보도자료 작성/배포, 미디어 인터뷰를 최대한 도와드리기도 하며, 때로는 팀에 대외적 이슈가 생겼을 때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도 합니다.


저는 경력이 화려하지도 오래되지도 않았으나, 팀들을 만나다보면 안타까울 때가 종종 있어요. 동시에 스타트업 PR이라는 직무에 대해서도 고찰해보게 되지요. VC에서 포트폴리오 PR을 돕는 저의 역할은 단순히 보도자료를 배포해주는 게 아니라, 대표님들께 PR에 대한 이해를 전달 드리는 일 같습니다.



아래의 고민을 들을 때마다, 근본적인 원인은 테크닉의 문제가 아닌 '이해'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회사 기사가 났으면 하는데요. 무슨 보도자료를 써야하죠?'
'보도자료는 얼추 써봤는데요. 누구한테 어떻게 배포하죠?'
'지인한테 미디어리스트(기자리스트)를 공유 받았거든요. 그걸로 보도자료를 뿌렸는데 왜 기사가 1~2개밖에 안 나죠?'


대표님들의 이런 고민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아무리 초기 팀이라도 온라인에 기사가 좀 나와있어야 투자 유치나 채용할 때 도움될 때가 많으시잖아요. 오로지 회사 PR에 대해 고민하는 담당자가 있다면 대표님의 고민을 덜 수 있겠죠. 하지만 '홍보담당자를 채용하세요' '홍보대행사를 만나세요'라는 무책임한 추천은 함부로 못합니다. 당연히 바로 안 하실 것도 알고 있고요.


앞선 고민들에서 이런 문장들도 덧붙습니다.

'홍보담당자를 뽑기엔 저흰 아직 초기라서요..헤헤'
'보도자료 작성과 기자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닌데, 시간이 없어요. 너-무 바빠요'
'우리 회사 홍보는 마케터가 같이 해요'



반대로, 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회사에서 궁극적으로 PR을 하려는 메시지와 목표는 무엇인가요?'

'그에 대한 PR 전략을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계신가요?'

'대표님께서 미디어를 만나 회사 소개를 한 적이 있나요?'


이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아직이라면, 향후 홍보담당자를 채용한다고 해도 험난한 과정이 그려집니다.

'이번 투자 유치 건' '이번 중요한 제휴 건' '이번 채용 건' 등등. 이슈가 마무리 되고서야 보도자료를 떠올리게 되면, 사실 떠올리는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같은 고민을 반복하게 될 겁니다.


홍보담당이 없는데 담당자가 있는 회사들만큼 홍보하고 싶은 대표님들의 고민으로 다시 돌아와 봅니다. 당장 마케터에게 보도자료 작성을 맡기고 지인에게 최신 미디어리스트를 공유 받는 방법은 해결책이 못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PR 일은 전문성이 없다' 'PR 일은 마케터나 대표가 겸직해도 무방하다'는 마인드를 싫어합니다. 물론 예외로, 제가 아는 A 스타트업은 홍보담당자가 부재한 오랜 기간 동안 마케팅 팀원들이 꾸준히 PR 아이디어를 내고,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미디어리스트를 업데이트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담당자가 없는 공백이 무색할 만큼 지속적으로 잘하는 모습에 존경스러웠습니다. 바로 PR이 어느 부분에서 필요하고, 어떤 일을 하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고 있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스타트업은 홍보담당자가 1명인 경우가 많습니다. 홍보담당자끼리 만나면 '일이 많아'라는 말보다 '동료나 대표님이 PR을 이해하지 못해서 너무 힘들다'는 말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옵니다. 다른 직무도 그렇겠지만요. 많이 외로운 스타트업 홍보는 강한 멘탈을 가진 분이 많아요. 함께 일하는 동료가 PR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낮으면 더욱 그러합니다.


'또 회사 돈으로 밥 먹으러 나가네?'

거의 매일 오전 11시마다 점심 기자미팅을 위해 사무실 자리에서 일어나곤 했는데요. 아주 예전에 누군가가 장난식으로 던진 이 말에 굉장히 놀라면서도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타인의 눈에 그렇게 보일 수 있다고 이해했지만, 적잖이 당황스러운 말이었거든요. 대표, 영업, CS 등 모두 외부 미팅에 나가면 어떤 자리건 개인이 아니라 회사의 얼굴이자 대표입니다. 미디어나 외부 관계자를 마주한 홍보담당자는 '우리는 이런 비전으로 이렇게 일을 한다. 실제 다녀보니 대표님은 어떠하고 조직문화는 이러하다' 등을 자세하고도 흥미롭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포장되고 거짓된 이야기는 당연 금물!). 이 하나하나가 명확한 수치로 설명하기 힘든 우리 브랜드만의 '신뢰' 쌓는 행동이라고 믿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굉장한 잠재 파급력이 있는 이 신뢰 쌓는 일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발로 뛰고, 회사의 얼굴이 됩니다. 당장 보도자료 내는 테크닉이 중요한 게 아니라, PR은 회사 브랜드의 신뢰를 쌓는 아주 오래 걸리는 일임을 이해하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에 담긴 에피소드는 현재 제가 다니는 회사와는 무관하오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