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N년차, 주말엔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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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녹아



제가 첫 번째 글에서 주말에도 다른 일들로 꽉꽉 채우고 눈코 뜰 새 없이 지내는 사람이니 100일 글쓰기 챌린지라고 해놓고 평일만 연재하는 꼼수를 쓰더라도 억울해하지 마시라는 말을 했었죠. 이렇게까지 상세히는 말 안 했지만 찔려서 자수하는 겁니다. 그래서 말인데, 제가 주말엔 무엇을 하고 돌아다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평일엔 직장인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주말엔 스냅 모델로서 촬영을 하러 다닙니다. 그렇다고 세상 사람들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빼어나거나 수려한 외모인 것은 아니고, 그냥저냥 거울을 볼 때 스스로 괴롭거나 남이 봤을 때 토악질 나올 정도의 외모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스스로는 예뻐해주려고 하는 편이에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말입니다.


저는 내성적이지는 않으나 내향적인 본래 I형 인간으로서, 이전엔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일이었습니다만 그래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중요합니다. 단순하게는 유명해져야 했습니다. 경찰들의 눈길을 한 번이라도 받기 위해서요. 사기를 당했기 때문이죠. 저도 제 생에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해봤으나 주변의 어른들께 말을 하니 첫 사기?라는 물음이 돌아오더군요. 때가 이르냐 빠르냐의 문제일 뿐 이것 또한 누구에게나 몇 번이고 일어나는 일이었던 거죠. 저는 불행 중 다행히도 이른 때에 겪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겐 아직 일어설 힘도 시간도 남아있으니까요.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제가 사기당한 것을 알게 된 그날 밤 모든 서류를 작성하여 다음 날 오후에 바로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하고 진술서까지 작성을 하고 왔으나 담당 수사관이 배정되는데 까지만 해도 거진 한 달이 걸렸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여기저기 언론사며 TV 프로그램이며 제 피해 내용과 신종 사기수법에 대한 제보를 뿌리고, 뉴스에 나가 인터뷰까지 했지만 경찰들이 꿈쩍도 안 하더군요. 경찰서에서 제 앞에 온 사람, 뒤에 온 사람 모두 사기 피해자였고, 사기당한 사람은 많고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어떻게 하면 경찰을 움직일 수 있는가? 내가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면 조금이라도 거들떠보지 않을까? 하는 치기 어린 마음에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제가 말했었죠. 저는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유명해지고 나면 제가 추후 하고 싶은 일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작가가 글로 유명해져야지 무슨 얼굴부터 파냐,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었거든요. 사실 지금도 이게 독이 될는지 득이 될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개인 유튜브 채널도 하나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록용으로 하나 둘 올리던 것인데 이것도 수익화시켜 보자는 욕심이 들기 시작했죠. 그리고 저는 161일 후 퇴사를 한 뒤 서점지기로서 일을 하게 될 예정입니다. 그럼 서점도 홍보를 해야겠죠. 이러나저러나 제가 유명해지면 될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졸지에 빚더미에 앉게 된 저는 길바닥에 나앉지 않으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계기는 좋지 않았지만 앞으로의 제 행보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모델 일이 생각보다 재미있고 적성에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안을 정해서 그 레퍼런스대로 촬영을 할 때도 있고, 그저 저의 자유로운 모습을 담을 때도 있습니다. 요즘은 날이 풀려 야외에서 작업이 이루어지지만 주로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엔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합니다. 메이크업이나 의상은 직접 준비하기도 하고, 촬영 측에서 준비해주시기도 합니다. 합이 좋은 작가님과는 재촬영도 합니다. 합이 좋았을 때 결과물도 좋거든요.


단순히 저를 알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렇게 주말마다 밖으로 나가고 새로운 것을 보고 만나는 것이 피폐해졌던 정신적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듯싶습니다. 물론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도 만나게 되는 특성상 특이한 경험도 많이 겪게 되는데요, 한 10명 중 7명이 좋은 사람이라면 3명은 참으로 독특합니다. 이것도 또라이 보존량의 법칙인지. 아, 이 이야기도 차차 풀어보겠습니다.


아무튼 저는 퇴사 준비생이자 스냅 모델이자 간간히, 아니 이제 매일 글도 쓰며 브이로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N잡러 지망생입니다. 주말엔 촬영도 하고 글도 쓰고 편집도 하고, 어쩌다 보니 제 주말이 이렇게 되었네요. 이제 오늘만 지나면 짧은 주말이 다시 돌아오는군요.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고도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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