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이상한 놈놈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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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녹아




주말에 모델 일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 중, 한 10명에 7명이 좋은 사람이라면 3명은 독특하다고 했었죠. 오늘은 그중 놈놈놈(이상한 놈, 이상한 놈, 이상한 놈) Top3의 대표자들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사실 자잘하게 특이한 사람은 몇몇 더 있습니다만 말이 독특하다는 것이지 이 3명은 안타깝게도 매우 불쾌했던 경험입니다. 글이 좀 길어질지도 모르겠네요.







1 그는 저와 17살 차이가 났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성인이라면 나이를 몰라도 이야기를 통해 충분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나이 밝히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한국에서의 아이스브레이킹이라면 나이만 한 것이 없기 때문에 그 주제로 말문을 열었죠. 나이를 묻더니 다짜고짜 본인이 19살 차이의 연하와 2번가량 연애를 했고, 현재는 또 다른 19살 연하의 상대를 짝사랑하고 있다고 밝히더군요.


현재 짝사랑하고 있는 상대로부터 나이차를 이유로 차였대요.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서 누구라도 보이는 사람을 붙잡고 하소연을 하는 것이 본인의 근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거기에 저까지 포함되어 버린 거죠. 촬영 시작은 하지 않고 본인 연애담, 현재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거절당해 오는 공허함, 인공지능 AI에게 연애 상담했던 내용, 심지어 그들과 있었던 본인의 성생활까지.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을 초면인 제게 마구 발설했습니다.


뭔가 찝찝했습니다. 뭐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고 싶은 건가? 하고 생각하던 찰나 저에게 나이차가 많이 나는 연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을 던져왔습니다. 애인이 있냐는 말과 동시예요.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 없습니다. 없었어요? 아니요 없어요. 그니까 있었는데? 아니요 없어요 그냥.


애인이 있다고 하니 그럼 소개팅을 시켜달라더군요. 나이가 좀 있는 분으로. 찾아보겠다고는 했으나 찾을 수 있을 리 만무했죠. 촬영은 1시간 이내로 짧게 끝이 났습니다. 촬영하는 내내 소개팅 이야기를 하였고 촬영이 끝나고 인사하며 헤어질 때도 소개팅 이야기를 하였으며 이후 촬영 결과본을 전달받을 때도 소개팅 이야기를 하였죠.


어느 바닥이나 그렇겠지만 사진 업계도 좁다면 좁습니다. 물어물어 가다 보면 어떻게든 연이 닿을 수밖에 없거든요. 주변 아는 분께 여쭤보니 그는 자녀가 고등학생쯤 된 이혼남이라고 전해주었습니다. 아이가 고등학생인데 첫사랑에 실패하지 않았으면 자식 뻘인 사람과의 연애라.. 실제로 연애를 한건지도 의심스러웠습니다. 본인만의 착각이 아닐는지..


이후 그는 저에게 다시 모델 제의를 하였으나 적당히 둘러대며 빠져나온 기억이 있습니다.






2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죠. 그는 본래 제품 촬영 전문인 작가였는데, 모델이나 배우 희망자를 대상으로 무료 프로필 촬영을 제공해 준다기에 지원을 하여 확정 연락을 받았습니다. 스튜디오에 가서 인사 겸 상담을 먼저 진행하면서 그는 제게 모델을 하는 이유에 대해 물으며 뷰티모델 쪽으로도 생각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현재는 다른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일단 뒤에 있는 화장품 병을 잡아보라고 하더군요.


- 얼굴 옆에 대어 보세요.

이렇게요?

- 탈락!


어리둥절했습니다. 포장된 말을 들을지 날 것의 말을 들을지 고르라고 하더라고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날 것으로 이야기해 달라고 했습니다. 뷰티모델을 하려거든 여성의 워너비가 되어야 하는데, 그건 2가지 방법이 있다. '아주 빼빼 마르게 살을 더 빼던가, 가슴이 크던가.'라며 저를 위아래로 훑더니


- 근데 사이즈는 안 물어볼게요^^


험한 말이 나올 뻔한 걸 참았습니다. 여성으로서 그 2가지를 워너비로 생각한 적도 없을뿐더러 저는 현재 뷰티모델을 희망하지 않으니까요. 뭐 그가 제품 촬영을 하며 수많은 뷰티모델들을 거쳐 알게 된 2가지 방법이 정말 슬픈 현실일 수는 있겠으나, 마지막 멘트는 명백하게 최악이었습니다.


정작 촬영을 해주시는 작가님은 다른 분이었고 그분과는 통성명도 없이 촬영이 시작되었습니다.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 스탭을 불러 모델에게 촬영 잘하는 법을 알려주라는 말이나, 저는 생각이 없다고 말을 해도 계속해서 뷰티모델 타령을 했던 것이나, 특히 촬영 중에 조명을 만져주며 '소주 마렵다!'라고 크게 소리칠 땐 ‘마려우면 싸세요’라고 뱉을 뻔했습니다. 본인을 전문가라 지칭하며 허세로 가득 찬 인간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요즘 인터넷 상에서 밈처럼 퍼지고 있다는 '~마렵다'는 말이 가장 듣기 싫은 말 랭킹 2위 안에 등극했습니다.


이 세상엔 본인이 무례한지 모르는 사람이 많더군요. 저 말이 성희롱인지 모르겠다는 분이시라면 이번 기회에 배워가시면 되겠습니다.






3 끝판왕입니다. 조현병 환자를 만났습니다. 이는 정신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을 깎아내리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엄청나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났습니다.


처음 촬영을 시작할 땐 조금 산만한 사람정도라고 생각했으나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횡설수설하며 혼잣말이 많아졌고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댔습니다. 제 눈앞에서 마약왕을 목격한 줄로만 알았습니다. 의심이 될만하죠.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그는 심각한 망상증에 빠져 있었습니다. 본인 생각에 제가 스토킹을 당하고 있는 거 같다며 지켜주겠다는 명목으로 촬영 후에도 계속해서 저를 따라왔습니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갑작스럽네요. 그 와중에 돈은 갚을테니 배가 고파서 그런데 편의점에서 우유를 사달라, 편의점에 온 김에 담배를 사달라, 바닥에 누워 떼쓰는 아이처럼 졸라대는 통에 돈까지 썼습니다. 저는 적당한 위치에 그를 남겨두고, 소위 말해서 튀었습니다.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눈앞에 오는 버스를 아무거나 골라잡아 탔습니다.


각자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스토킹범이 집을 찾아오면 본인의 집 주소를 알려주라며 신분증 사진을 보내질 않나, 계속해서 전화를 걸지 않나. 스토킹범으로부터 위협을 당하고 있는 제가 걱정된다면서요. 네 스토킹은 그에게서 당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진 업계가 좁은 만큼 제 모델 생활에 지장이 생길까 바로 차단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시간을 되돌린다면 그깟 촬영 안 하면 그만, 애초에 만나지도 않았겠지만요.


엄청난 양의 메시지와 전화에 시달리던 저는 그를 차단하고 맙니다. 카카오톡도 전화도 SNS도요. 그랬더니 계정을 바꿔가며 SNS로 연락이 오더군요. 제가 연락을 안 받는 것 보니 본인을 테스트하고 이용한 사기꾼 같다며 2차 망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신고할 테면 신고해 보라며 본인의 정신과 진단서를 보내면서요.


새 계정이 보이는 족족 차단을 했습니다. 연락할 방법이 없어지자 이젠 저의 유튜브 채널에 댓글을 달더이다. 지긋지긋하죠. 아직도 끝이 아닙니다. 촬영한 결과물을 받기 위해 메일 주소를 알려주었었는데, 그 메일 주소로 사진 결과물은커녕 본인을 영상으로 찍어 영상편지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도저히 제가 직접 볼 자신이 없어 친구에게 대신 봐달라고 부탁했네요.


놀랍게도 그의 연락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지금도 새로 만든 SNS 계정으로 연락이 오는 족족 차단을 하고, 유튜브엔 댓글이 달리는 족족 숨기고 있죠. 이젠 저도 내성이 생겼나봅니다.




이 정도면 놈놈놈 Top3에 들만한가요? 저는 사실 이상한 놈을 끌어당기는 아무 쓸모없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더 이상 말을 하면 밤을 새울 정도라 이쯤에서 마치고 나중을 기약하겠습니다. 부디 여러분은 쓸모 있는 힘만을 지니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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