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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제게 물어보더군요. “하루 루틴이 있나요?”
성공하는 사람들을 보면 보통 본인만의 루틴을 가지고 있고, 그 루틴대로 실행하기를 권유하죠. 저는 그냥 되는대로 사는 사람이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추천하는 유명한 루틴들을 따라 해보려 노력은 해보았습니다.
1 모닝페이지
아침에 일어나서 자유롭게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나는 것들을 글로 적는 것.
“대체 뭘 쓰라는 건지 모르겠다.” 같은 문장만 써대서 포기.
2 미라클모닝
아침 일찍 일어나 독서, 운동, 명상 등 자기계발 활동을 하는 습관.
밤에 너무 재미있는 게 많아서 일찍 잠들지 못해 포기.
3 필사하기
책을 읽으며 그 문장을 손으로 직접 베껴 쓰는 행위.
손 아프고 귀찮아서 포기.
4 포모도로 테크닉
25분 동안 집중해서 작업하고 5분 동안 휴식을 취하는 방식.
5분이 아니라 한 번 쉬었다 하면 50분씩 쉬게 돼서 포기.
5 일기 쓰기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해서 쓸 것이 없고 그렇게 반복되는 작심삼일로 포기.
이렇게 화려한 루틴들에 계속 실패하다 보니 저에게는 루틴이라는 게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남들에게 추천할 만한 거창한 루틴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소소한 저만의 루틴이 있더라고요.
최소 12시간 공복 유지하기, 아침 영양제 챙겨 먹기, 출근하며 폰으로 글 쓰기, 출근해서 라테 한 잔 마시기, 회사에 있는 동안 물 1L 마시기, 퇴근 후 야구 보며 일본어 공부하기, 9시부터 밤 운동하기.
이런 것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있었습니다. 아마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루틴이란 거창한 자기 계발서에서 나온 완벽한 시스템이 아니라, 그냥 내가 매일 반복해도 지겹지 않은 소소한 일상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별것 아닐 수 있지만, 저에게는 하루를 버텨내게 해주는 작은 닻 같은 존재들인 거죠.
요즘은 루틴에 대해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완벽한 루틴을 만들려고 애쓰기보다는,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게 되었어요. 그리고 새로운 루틴을 시작할 때도 “이게 나에게 즐거운가? “를 먼저 물어봅니다. 즐겁지 않다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오래갈 수 없으니까요.
결국 루틴이란 나를 더 나답게 만들어주는 것들의 모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거창한 성공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그냥 오늘 하루를 조금 더 견딜 만하게 만들어주는 소소한 위안들 말이에요.